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삼성SDI가 참전하는 북미시장의 전기 픽업트럭 전쟁이 성큼 다가왔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리비안 등 3개사는 2022년부터 북미시장에 본격적으로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하는데,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들 회사에 각각 배터리를 납품한다.

전기 픽업트럭 시장은 전기차 선도 기업인 테슬라도 아직 진출하지 않은 분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020년 300만대 이상 판매된 픽업트럭은 북미 시장의 주요 차종인 만큼, 픽업트럭 판매 경쟁은 LG·SK·삼성 배터리의 대리전이 될 전망이다.

포드에서 생산할 전기 픽업트럭인 F시리즈 F-150 라이트닝 / 포드
포드에서 생산할 전기 픽업트럭인 F시리즈 F-150 라이트닝 / 포드
글로벌 완성차 판매데이터 분석 업체인 모터 인텔리전스가 최근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북미시장에 판매된 픽업트럭 수는 300만대 이상이다. 글로벌 완성차 조사기업의 자료를 종합한 2020년 글로벌 픽업트럭 시장 규모가 400만대쯤인 것을 고려하면 북미 시장은 전세계의 75% 비중을 차지한다.

북미시장은 국토가 넓어 주행거리가 많고 도로 정비가 잘되지 않은 오프로드나 아웃도어 레저 상황에서의 차량이용이 많은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주행환경에 적응할 수 있고 승·상용 특징을 고루 보유해 범용성이 뛰어난 픽업트럭의 인기가 높다. 북미 완성차 업계가 전동화를 시도하는 와중에도 북미시장의 픽업트럭 시장 중요성은 퇴색되지 않았다.

무한 경쟁이 예고된 북미시장 전기 픽업트럭 경쟁에 뛰어든 대표적인 완성차 기업은 GM과 포드다. 전동화 시대 두각을 드러낸 테슬라·리비안도 참전했다. 4개 기업 중 GM과 포드·리비안의 전기픽업트럭에는 국내 배터리3사인 LG에너지솔루션(얼티엄셀즈)과 SK이노베이션·삼성SDI의 배터리가 각각 탑재된다.

가장 강력한 우군을 확보한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포드는 북미 픽업트럭시장의 최강자다. 포드의 풀사이즈 픽업트럭인 F시리즈는 7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장수모델로 포드 매출 절반을 담당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출시를 앞둔 F-150의 전기형인 F-150 라이트닝 배터리를 담당한다. 확고한 팬층을 보유한 F시리즈인 만큼 초도 물량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SK이노베이션이 북미 전기차 시장의 금맥을 잡았다는 평가다.

포드의 경쟁자 GM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GM은 2010년 해체된 허머 브랜드를 재탄생시켜 전기 픽업트럭에 진출했는데, GM산하 GMC에서 판매될 허머EV는 올해 가을부터 생산돼 2022년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들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전기차 시대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는 등 GM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허머EV 역시 얼티엄셀즈에서 개발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가 탑재된다.

허머EV는 올해 CES2021에서 근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등으로 큰 호평을 받았고 2020년 10월 일찌감치 진행된 사전예약에서 초도 배정된 생산물량이 1억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완판됐다. 미국 픽업트럭시장 소비자가 GM의 허머EV에 가진 기대감을 알 수 있다. 허머EV는 2023년에는 SUV형 출시까지 앞두고 있는데, 허머EV 시리즈의 성공이 이어지면 얼티엄셀즈와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과 기업가치 연쇄 동반 상승이 예상된다.

리비안에서 개발하고 삼성SDI 배터리 탑재 전기 픽업트럭 R1T / 리비안
리비안에서 개발하고 삼성SDI 배터리 탑재 전기 픽업트럭 R1T / 리비안
전기픽업트럭 시장의 다크호스는 리비안이다. 리비안은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릴정도로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아마존 등 미국내 거대 기업으로부터 유망성을 인정받고 3조단위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리비안의 전기픽업트럭인 R1T를 비롯해 SUV 등 다양한 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전기차 배터리 셀 합작개발도 진행했다. R1T는 2021년 6월과 11월쯤 각각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 출고 예정인데, 2020년 11월 사전예약 개시후 1주만에 배정물량이 매진됐다.

업계는 삼성SDI가 리비안과의 합작을 시작으로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SDI는 미국 미시간주 팩공장만을 운영중인데 셀 공장 라인을 건설도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삼성SDI까지 배터리 셀 투자에 나서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포함 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경쟁체제가 완성된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배치한 것처럼 삼성SDI도 필연적으로 미국 현지 배터리 공급망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국 현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유럽 시장과 달리 미국현지기업이나 중국 배터리사와의 경쟁이 적어 시장 진입이 수월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