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라이브커머스 사업에서 맥을 못춘다.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먼저 시작한 TV홈쇼핑의 회당 매출 규모는 e커머스 방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후발주자인 e커머스 전문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라이브커머스 ‘장사의 신동' 한 장면. / 이베이코리아
라이브커머스 ‘장사의 신동' 한 장면. / 이베이코리아
최근 1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이베이코리아의 ‘장사의 신동' 첫 방송 매출은 3억1000만원이다. 홈쇼핑 업계의 라이브커머스 방송 1회당 평균 매출이 3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장사의 신동은 무려 10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장사의 신동’ 3회 방송 매출액은 5억3000만원에 달한다. 방송 후 할인 혜택이 유지되는 당일 자정까지 판매금액까지 합하면 총 15억4000만원 이상이다. 라이브방송이 진행된 당일 다른 제품의 매출까지 합산하면 규모가 27억원으로 늘어난다.

시청자 수도 역대급이다. 실시간 누적 시청자수만 65만5000명, ‘다시보기’까지 더하면 총 96만명이 해당 방송을 시청했다. 설화수 제품 방송의 경우 한시간 동안 40만명이 참가했다. 이베이는 타사 라이브커머스 방송 대비 3배 이상(208%) 많은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사업 선두주자 자리는 네이버가 꽤찼다는 것이 유통업계 시각이다. 네이버는 1월 네이버 쇼핑라이브 ‘삼성전자 갤럭시 브랜드 데이’서 방송 2시간 동안 50만명의 소비자를 끌어 모은 바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쇼핑라이브 누적 시청 횟수는 1억7000만건을 넘어섰다.

카카오도 라이브커머스 사업에서 네이버를 맹추격 중이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는 지난해 12월 카카오 쇼핑라이브를 통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4만세트를 판매했다. 방송시간 90분간 라이브커머스 방송으로 11억원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제조사와 판매자들 사이서도 홈쇼핑 보다 네이버 등 e커머스 플랫폼의 방송 매출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동일 상품을 팔았을 때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매출이 홈쇼핑 대비 최소 4~5배쯤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를 2020년 기준 3조원대로 추정한다. 2030년에는 지난해 대비 10배 성장한 30조원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 주도권을 뺏긴 홈쇼핑 업계의 반격에 나섰다. CJ오쇼핑은 최근 기존 TV홈쇼핑 ‘CJ오쇼핑’과 인터넷쇼핑몰 ‘CJ몰’, T커머스 ‘CJ오쇼핑플러스’를 통합한 CJ온스타일을 출범시켰다. 모바일 퍼스트 전략으로 대세로 자리잡은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거머쥐겠다는 계획이다. 급성장세를 보이는 라이브커머스 강화를 위해 인력을 보충해 2021년 라이브커머스 매출 규모를 1000억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대홈쇼핑도 3월 모바일 앱 개편을 통해 TV홈쇼핑과 T커머스인 현대홈쇼핑플러스샵, 라이브커머스인 쇼핑라이브 등 3개 채널을 모바일로 통합했다. 회사 라이브커머스 사업 매출은 2019년 50억원에서 2020년 285억원으로 5배쯤 성장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다.

롯데홈쇼핑도 2019년 처음 선보였던 모바일TV를 ‘엘라이브’로 이름을 바꿔 모바일 사업 강화에 나섰다. 회사는 이를 위해 2020년 11월 콘텐츠 부문을 신설해 모바일 쇼핑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를 정조준해 만든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모바일TV 누적 방문자 수는 350만명이다.

GS홈쇼핑도 최근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인 ‘샤피라이브'를 론칭하고 TV홈쇼핑이 제공하지 못했던 실시간 소비자 소통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홈쇼핑업계가 모바일로 발빠르게 옮겨타고 있는 이유는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급격하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020년 109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 성장세를 보였다.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같은 해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67%를 차지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