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먼 미래"...가시적 성과 어려워
일각에선 ‘美 위한 무리한 협력’ 시각도

최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6세대(6G) 이동통신 분야 협력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통신 분야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6G 기초 연구조차 활성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이 발표한 협력 내용에 구체성이 없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자국에 도움이 되는 미래 통신 기술을 위해 무리하게 협력에 나섰다는 평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백악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백악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 청와대
韓-美, 5G·6G 분야 협력 위해 4조원 규모 공동투자 약속

25일 정부와 이동통신 업계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동통신 분야 관련 양국의 협력 논의가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공개, 5G와 6G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성명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오픈랜(Open-RAN, 개방형 무선 접속망) 기술을 활용해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5G, 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고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배포된 한미 파트너십 설명 자료에 따르면, 양국은 5G와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6G)를 포함한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개발하고자 총 35억달러(3조9287억원)를 공동 투자한다. 미국이 25억달러(2조8062억원)를, 한국은 10억달러(1조1225억원)를 투입한다. 오픈랜은 기술 개발과 표준화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이통 업계 "현 단계선 6G 분야 협력 구체화하기 어렵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정상회담 자리에서 나온 이동통신 분야 협력 계획이다 보니 해당 소식이 주목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동통신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6G 이동통신 사업의 경우 기술 표준화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이유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4G 상용화 이후 5G 논의가 나왔던 과거처럼 5G 상용화 2년이 된 시점에서 6G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본다"며 "6G와 관련해 각국이 이제 연구를 시작하면서 표준화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양국이 6G 투자나 협력에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진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6G 이동통신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조만간 민·관 합동 6G 전략위원회를 꾸려 6G 추진 방안을 공개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등 유관기관도 올해부터 기초 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IITP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6G 개발을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며 "우리나라 역시 올해 원천 기술을 중심으로 (개발을) 착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6G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며 제시한 시범 사업 예시 / 과기정통부
정부가 6G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며 제시한 시범 사업 예시 / 과기정통부
일각에서는 미국이 협력 과정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자체보다는 오픈랜 기술에 무게를 둘 것으로 해석한다. 오픈랜 기술은 소프트웨어로 이동통신 기지국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각사의 하드웨어 통신 장비를 표준화한다. 기지국 구축 과정에서 여러 회사의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 장비 종속성을 줄인다. 통신 장비 산업에서 약세를 보이는 미국 입장에선 중국의 대표 장비사인 화웨이 등을 견제할 수완이 되는 셈이다.

이통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6G 자체보다는 차세대 통신 기술이라는 큰 맥락에서 국가 기간 산업을 준비하고자 논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며 "현 상황에선 6G 기술이 언제 상용화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먼 미래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2028년에서 2030년 사이 6G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비 업계도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는 아니다. 업체 한 관계자는 "6G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이 됐고, 실제 6G 상용화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통신 속도를 낼지 혹은 어떤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게 될 지 조차 미정인 상태다"며 "한미간 협의는 큰 틀에서 6G 기술 개발에 협력하자는 취지의 것으로 보이며, 가시적 성과물을 내자는 논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