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등하면서 게이밍 용도의 조립PC를 제값 주고 구매하기 어려운 시대다. 대안으로 브랜드 완제품 PC가 주목받는다. 단품으로 제 값주고 구매하기 힘든 원하는 성능의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PC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신 지포스 30시리즈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게이밍 사양에, 크기마저 일반 데스크톱보다 훨씬 작아서 공간활용도까지 높다면 어떨까. 조텍이 최근 선보인 고성능 미니 PC ‘조텍 매그너스 원(MAGNUS One) ECM73070C’를 입수해 그 특징과 외형, 성능을 직접 확인해봤다.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 / 최용석 기자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 / 최용석 기자
일반 타워형 데스크톱은 그 크기 때문에 책상 위에 올려놓기가 쉽지 않다. 보통 책상 밑에 내려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의 크기는 너비 약 13㎝, 길이 약 25㎝, 높이 약 26㎝다. 부피가 약 8.3리터(ℓ)로, 타워형 데스크톱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차지하는 공간이 적기 때문에 책상 위에 놓고 써도 충분할 정도다.

아이폰 XR과의 크기 비교. 작은 크기로 공간 활용 면에서 유리하다. / 최용석 기자
아이폰 XR과의 크기 비교. 작은 크기로 공간 활용 면에서 유리하다. / 최용석 기자
단순하면서 미니멀리즘 한 멋을 살린 외관 디자인은 공부방이나 서재는 물론, 거실 등 개방된 공간에 두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조텍에 따르면 실제로 매그너스 원 ECM73070C은 ‘2021 레드닷(Red Dot) 디자인 어워드’를 받을 정도로 디자인 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고사양 미니PC에서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은 상단과 좌우 측면 모두 공기가 원활하게 통하고, 그로 인한 냉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허니컴(벌집) 모양의 타공망과 금속 메시(mesh) 망을 적용했다. 큼직하게 뚫린 허니컴 구조가 공기를 쉽게 통과시키고, 안쪽의 촘촘한 메시 망이 먼지 등 이물질 유입을 막는 형태다.

위쪽과 좌우 측면은 통기성을 극대화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후면은 일반 데스크톱 PC의 뒷면을 축소한 형태다. / 최용석 기자
위쪽과 좌우 측면은 통기성을 극대화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후면은 일반 데스크톱 PC의 뒷면을 축소한 형태다. / 최용석 기자
뒤쪽은 일반 데스크톱 PC의 후면부를 축소해놓은 형태다. 뒤쪽 상단의 무선랜 안테나 연결 단자 2개를 시작으로 왼쪽에는 다수의 USB 포트와 랜 포트 등이 몰려있는 메인보드의 백 패널이, 오른쪽에는 디스플레이포트(DP)와 HDMI 포트의 영상 출력단자가 몰려있는 그래픽카드의 백 패널이 보인다. 6개에 달하는 USB 포트와 각각 1Gbps와 2.5G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2개의 유선랜 포트가 눈에 띈다.

그 밑으로는 서버 등에 사용하는 플렉스(FLEX) 규격의 파워서플라이와 전원 케이블 단자가 보인다. 보통 소형 미니 PC는 대용량 외부 어댑터를 사용함으로써 본체 크기를 줄이지만, 이 제품은 아예 작은 몸체에 파워서플라이까지 내장했다. 제조사인 조텍에 따르면 무려 80플러스(80PLUS)의 플래티넘 인증(효율 90% 이상)을 받은 정격 500와트(W)용량의 파워를 탑재했다.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는 메모리와 SSD, HDD 등을 따로 추가해야 하는 베어본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는 메모리와 SSD, HDD 등을 따로 추가해야 하는 베어본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는 정확히 말해 ‘완제품’ PC는 아니다. CPU,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등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지만, 메모리와 SSD, HDD 같은 저장장치는 사용자가 따로 구매해 장착해야 한다. 저장장치가 없는 만큼 윈도 OS도 사용자가 직접 설치해야 한다. 즉, 사용자가 일부 부품을 추가 장착해 완성하는 ‘베어본(Barebone)’ 형태의 제품이다.

사용자가 직접 부품을 구해 장착해야 하는 만큼 분해 조립도 간편하다. 뒤쪽 2개의 나사를 풀고, 상단 커버를 살짝 눌러 뒤로 빼낸 다음에, 양쪽 좌우 커버를 위로 빼내면 내부가 드러나면서 추가 부품의 장착이나 교체가 가능하다.

왼쪽 측면에는 일반 데스크톱용 지포스 RTX 3070 그래픽카드를 탑재했다. / 최용석 기자
왼쪽 측면에는 일반 데스크톱용 지포스 RTX 3070 그래픽카드를 탑재했다. / 최용석 기자
본체 정면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조텍의 ‘지포스 RTX 3070 트윈엣지’ 그래픽카드가 통째로 들어있다. 시중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는 것과 같은 제품으로, 각각 90㎜ 및 100㎜의 대형 팬 2개와 대형 방열판을 냉각하는 방식의 제품이다. 데스크톱용 일반 그래픽카드인 만큼 탈착이 가능하다. 크기와 소비전력이 비슷한 그래픽카드라면 다른 그래픽카드로의 교체나 업그레이드도 가능한 구조다.

보통 게이밍 사양의 고성능 미니PC는 노트북용 GPU를 탑재하고, 그마저도 기판에 일체화되어 교체 및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은 일반 데스크톱용 그래픽카드를 채택함으로써 추후 확장성은 물론, 성능마저 일반 타워형 데스크톱과 동등한 수준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메모리와 저장장치를 추가하는 것으로 PC를 완성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메모리와 저장장치를 추가하는 것으로 PC를 완성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본체의 반대편에는 CPU와 메모리, 저장장치 등을 달기 위한 메인보드가 달려있다. 납작한 원형 쿨러가 장착된 CPU를 중심으로, 위쪽에는 SODIMM 규격의 DDR4 메모리 슬롯 2개(최대 32GB x2 지원)가 달려있다. 크기를 줄이기 위해 일반 데스크톱용 메모리 모듈이 아닌, 노트북용 SODIMM 메모리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CPU 오른쪽으로는 2개의 빈 M.2 SSD 슬롯(PCI익스프레스 3.0 NVMe 방식)과 1개의 SATA HDD/SSD를 장착할 수 있는 가이드가 달려있다. 총 3개의 SSD 또는 2개의 SSD와 1개의 HDD를 장착할 수 있으니, 사용 환경에 따라 저장공간도 넉넉하게 구성할 수 있다.

상부 커버 안쪽의 팬 2개가 본체 내 좌우 챔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위쪽으로 배출한다. / 최용석 기자
상부 커버 안쪽의 팬 2개가 본체 내 좌우 챔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위쪽으로 배출한다. / 최용석 기자
전체적으로,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왼쪽 공간과 CPU, 메모리 등이 장착된 오른쪽 메인보드 공간은 하나의 큼직한 철판을 중심으로 좌우가 독립된 듀얼 챔버형 구조로 되어 있다. 덕분에 한쪽에서 발생하는 열이 반대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상단 커버의 안쪽에는 내부의 열기를 빠르게 배출하기 위한 2개의 배출용 80㎜ 팬이 달려있다. 좌우 측면의 타공 구조에서 외부의 찬 공기를 빨아들이고, 내부 부품을 거쳐 뜨거워진 공기를 위쪽의 2개 팬으로 강제 배출함으로써 작은 본체 크기에서도 효율적인 냉각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CPU는 인텔 코멧레이크 기반 10세대 코어 i7-10700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 최용석 기자
CPU는 인텔 코멧레이크 기반 10세대 코어 i7-10700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 최용석 기자
테스트용으로 가지고 있던 M.2 SSD와 메모리(8GB DDR4 x2)를 장착하고, 윈도 OS를 설치해 실질적인 성능을 확인해봤다. 일단 CPU는 인텔의 ‘코멧레이크-S’ 기반 10세대 코어 i7-10700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가장 최신의 11세대 프로세서가 아니고, 오버클럭이 가능한 K시리즈 CPU도 아니지만, 8코어 16스레드 구성은 2021년 5월 기준으로도 충분히 상급 사양의 CPU임은 틀림없다.

물론, CPU 역시 일반 데스크톱용 프로세서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추후 교체 및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상위 모델인 i9 프로세서나 오버클럭이 가능한 K시리즈 프로세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소비전력과 소형 쿨러의 냉각성능 한계를 고려한 구성으로 풀이된다.

3D마크 벤치마크 테스트 ‘파이어 스트라이크’(왼쪽)와 ‘타임 스파이’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3D마크 벤치마크 테스트 ‘파이어 스트라이크’(왼쪽)와 ‘타임 스파이’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이 제품에 탑재된 지포스 RTX 3070은 처음 공개 당시 최상위 모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순 등급상 자신보다 2단계 높은 이전 세대 최상위 모델 ‘지포스 RTX 2080 Ti’와 비슷한 성능을 과시해 업계에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실제, 게이밍 벤치마크로 가장 널리 사용하는 ‘3D마크’ 실행 시,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와 탑재된 지포스 RTX 3070 그래픽카드는 이름에 어울리는 최상급 그래픽 성능을 유감없이 뽐낸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WQHD 모니터와 ‘올울트라’ 그래픽 옵션에서 평균 180 프레임 이상을 유지한다. / 최용석 기자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WQHD 모니터와 ‘올울트라’ 그래픽 옵션에서 평균 180 프레임 이상을 유지한다. / 최용석 기자
고사양 FPS 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배틀그라운드’에서도 WQHD(2560x1400) 해상도와 최고 그래픽 설정인 ‘올 울트라’ 옵션에서 평균 180.7프레임, 최대 207프레임, 최소143 프레임의 높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괴력을 발휘한다.

작은 본체 크기에 고사양 시스템을 집어넣었으니 발열과 소음이 걱정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냉각 구조를 채택한 덕분인지, 그래픽카드 온도는 각종 벤치마크나 게임에서 최대 80도를 넘어가지 않는다. CPU 역시 작은 크기의 쿨러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허용 범위인 80도~90도 이내를 유지한다.

섀도우 오브 툼레이더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WQHD 해상도, 가장 높게 옵션) / 최용석 기자
섀도우 오브 툼레이더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WQHD 해상도, 가장 높게 옵션) / 최용석 기자
일반적인 PC 작업(인터넷 검색,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 사무 업무 등)에서는 팬도 천천히 돌기 때문에 조용한 편이다. 본격적으로 게임 실행시에는 슬슬 소음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최상급 사양의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보다 훨씬 정숙한 30㏈~40㏈ 수준의 소음이 발생한다. 물론, 성능은 어지간한 게이밍 노트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임 때문에 PC를 구매한다면 비슷한 가격의 최상급 게이밍 노트북보다 이 제품이 더 나을 수 있다.

정리하면,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는 각종 최신 PC 게임을 최고의 화질과 퍼포먼스로 즐기고 싶은데 일반 타워형 데스크톱은 덩치가 커서 부담스럽고, 게이밍 노트북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게이머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최선의 게이밍 미니PC다.

특히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CPU와 그래픽카드를 일반 데스크톱과 동일한 것을 사용해 추후 교체나 업그레이드까지 가능한 것이 더더욱 맘에 든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용량을 극대화해 영상 작업이나 그래픽 작업용 소형 워크스테이션처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법 하다.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 / 조텍코리아
조텍 매그너스 원 ECM73070C / 조텍코리아
다만, 가격은 메모리와 저장장치, 운영체제를 제외한 상태서도 239만원으로 조금 부담스러운 편이다. 이는 크기 대비 성능과 사양이 좋을수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미니PC 특유의 프리미엄에, 추가로 최근 급등한 그래픽카드의 가격까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어쨌든, 최소한의 크기에서 최상급의 게이밍 성능을 제공하는 브랜드 제조사의 게이밍 미니PC로는 2021년 5월 현재 이만한 제품이 없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옛말에 딱 맞는, 여유가 있다면 한 대쯤 장만하고 싶은 매력적인 미니PC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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