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V 사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QD디스플레이 탑재 TV를 주력으로 쓰기엔 생산능력과 수율이 떨어지고, 기존 LCD 기반 TV를 지키기엔 수익성 악화 우려가 크다. 퀀텀나노발광다이오드(QNED)로 곧장 전환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아직까지 뜬구름 잡는 기술 수준에 불과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가운데)로 추정되는 TV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가운데)로 추정되는 TV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
29일 디스플레이 및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하반기 양산 예정인 QD디스플레이를 탑재한 TV를 주력 제품으로 쓰기엔 어렵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QD디스플레이 TV 샘플을 몇 차례 받아봤지만, QLED처럼 주력으로 양산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QD디스플레이 추가 투자를 망설이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 투자에 쓸 13조원 중 4분의 1 수준인 3조원쯤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추가 투자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 수요가 불확실할 경우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일정 수준의 QD디스플레이만 찍어낸 후 QNED 전환을 위한 개발을 서두를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QNED의 제품화를 기대하기엔 시기상조인 것으로 알려진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QNED는 수율이 문제가 아니라 뜬구름 잡는 기술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장기적인 양산 계획을 잡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QNED 기술은 나노로드라고 부르는 긴 막대기 모양의 청색 LED를 발광 소자로 삼는다. 무기 소자가 빛을 내는 구조로, 이론상으로는 유기 화합물을 채용한 OLED와 대척점을 이룬다. 긴 수명과 적은 잔상(번인), 낮은 전력소모가 장점이다. 생산 원가도 QD디스플레이 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이 4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2021’ 삼성전자 부스에서 대기 중인 모습 / 이광영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이 4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2021’ 삼성전자 부스에서 대기 중인 모습 / 이광영 기자
LCD 가격 흐름 역시 삼성전자를 도와주지 않는다. 차세대 TV로 넘어가는 시기가 늦춰질 수록 LCD 가격이 진정세를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상승 추세를 타면서 속이 탄다. 실마리를 풀기 위해 LG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받아 OLED TV 출시를 검토한다는 설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DSCC)는 최근 LCD 가격 상승세가 2분기부터 둔화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뒤엎고, 상승세가 3분기까지 강하게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SCC는 "2020년 4분기 LCD 패널 가격은 전분기 대비 27% 올랐고, 2021년 1분기에는 14.5% 상승했다"며 "이 가격이 2분기에도 17%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3분기 정점에 이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4월 반도체 품귀와 LCD 패널 공급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대만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 반도체 업체인 미디어텍, 노바텍과 디스플레이 업체 AUO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는 26일 2022년 말까지 LCD 생산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임직원에게 배포했다. 최근 LCD 가격 급등과 삼성전자의 요청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