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매각을 앞두고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초조해지는 모양새다. 요기요 시장 점유율 하락은 매각 대금 하락 등 영향을 줄 수 있는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8월까지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제한을 뒀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고액의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 DH는 다급하지만, 요기요 매입을 희망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요기요 익스프레스 라이더. /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요기요 익스프레스 라이더. /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DH와 요기요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요기요 인수 적격 예비후보로 신세계 SSG와 사모펀드 4곳(MBK·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베인캐피탈·퍼미라)을 지정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숙박 플랫폼 업체 야놀자는 탈락했다. 적격예비후보 5사는 6월 요기요 본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DH는 요기요를 희망 매각금으로 2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요기요에 대한 평가 가치를 더 낮게 보고 있기 때문에 실제 매각금은 DH 제시 금액 대비 훨씬 낮을 것이라는 것이 유통업계 시각이다.

DH도 시장의 반응을 감지한 듯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빠르게 배달하는 ‘요마트'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요마트는 DH의 또 다른 자회사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 ‘B마트'와 합쳐질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DH가 요마트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배경을 요기요 매각 난항에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을 단순화시키는 것으로 요기요 몸값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DH는 요기요가 운영하던 배달통 서비스도 종료시켰다.

요기요 시장 점유율 하락도 DH에겐 뼈 아픈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요기요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월 39%에서 올해 2월 27%로 12% 감소했다. 반면, 배달업계 3위 쿠팡이츠는 같은 기간 2%에서 20%로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요기요 인수업체가 회사 인수와 동시에 매각사인 DH·우아한형제들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또 배민도 사용 중인 인공지능(AI) 배차 솔루션 기술을 DH가 요기요 인수사에 사용을 허가할지도 문제다. AI와 빅데이터로 빠르게 배달 수요를 잡는 IT 솔루션 기술은 배달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인 만큼, 해당 기술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요기요의 가치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8월 3일까지 요기요 매각을 완료해야 하는 점도 DH에 큰 부담이다. 공정위는 DH가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을 명령했다. DH는 공정위로부터 의결서 수령 후 6개월 이내에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매각을 못할 경우, DH는 매각 시한을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DH는 공정위가 제시한 시간 내에 요기요를 매각하지 못하면 초과일수 1일당 배민 인수액(4조원)의 0.03%에 해당되는 이행강제금을 납입해야 한다. 일할 계산하면 하루 당 12억원이다. 매입 업체가 계약을 맺지 않고 시간만 끌 경우 DH의 손해만 커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요기요 매각의 경우 DH가 아닌 매입 희망 업체가 더 유리한 만큼, 점유율 하락은 인수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