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 도입으로 디지털 전환이 활발한 가운데 관련 송무도 복잡해진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기술 접목으로 복잡해진 금융 산업과 관련 법안 시행에 대비해 금융 전문가를 영입하고 AI 전담 부서를 창설하는 방식이다.

법무법인 율촌도 기존 금융팀을 금융규제팀으로 확대 개편하고 금융전문가를 잇달아 영입했다. 자체적으로 AI를 연구해 법률서비스에 접목하기 위해서 전담부서 ‘eYulchon(e율촌)'도 만들었다. IT조선은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를 만나 금융규제팀의 구성, eYulchon 부서 창설 배경, 기술발전으로 인한 송무의 변화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 김동진 기자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 김동진 기자
법무법인 율촌(律村)은 현 명예회장인 우창록 변호사가 1997년 설립했다. 이후 율촌은 회사법, 금융, 공정거래, 부동산·건설 및 지적재산권, 노동, 해외투자 등 다양한 기업활동 분야에 맞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후 변호사·회계사·변리사 등 500여명의 전문가를 포함, 860여명의 구성원을 지닌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러시아, 중국,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에 해외 사무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강석훈 대표변호사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인공지능 활용 방안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어 로펌 경영에서도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며 "로펌 내부의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AI 법률서비스를 도입하는 로펌도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AI 전담 부서 ‘eYulchon팀’ 창설

법무법인 율촌은 자체 AI 연구개발 부서인 eYulchon팀을 2015년 창설했다. 임정준 전 골드만삭스 홍콩본부장(미국 스탠퍼드대 이론물리학 박사)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이후 조세조약 자문, 거주자성 평가(세금), 건설, 제약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업무 효율을 높여줄 앱을 개발했다.

강석훈 대표변호사는 "영국계 로펌과 협업해 AI 기술로 만든 건설 컴플라이언스 앱은 국제 건설분쟁에서 계약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진단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라며 "제약 컴플라이언스 앱은 제약회사 영업담당자의 리베이트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판단해주는 앱이다. 실제 제약회사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외국에서 벤치마킹하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율촌 구성원이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디지털 모바일 사무 시스템’도 마련했다"며 "KM(Knowledge Management)과 버추얼PC(가상데스크)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어디에서든 사무실과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 자료에 접근하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 김동진 기자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 김동진 기자
금융소비자법 시행…전문가 영입으로 대비

각 산업에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법안 해석도 복잡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금융을 꼽을 수 있다. 핀테크 기술이 금융 산업에 널리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관련 상품도 복잡해졌다. 여기에 금융소비자법 시행으로 소비자 보호 규정도 강화됐다.

강석훈 대표변호사는 "금소법 제정 및 시행에 따라 금융상품 판매에 있어서 기존보다 훨씬 강화된 소비자보호가 이뤄질 것이며, 이를 위반할 경우 금융사는 한층 무거운 책임과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법안 제정 취지에 부합하는 보다 높은 수준의 소비자보호 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사에 필요한 법률자문과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이 로펌이라고 생각해 기존 금융팀을 금융규제팀으로 확대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율촌의 금융규제팀은 신영수(사법연수원 26기) 팀장과 임종룡 고문(전 금융위원장), 권혁세 고문(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출신 김태연 변호사, 이후록 수석전문위원 등 5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강석훈 대표변호사는 "금융 분야 분쟁의 경우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검찰, 법원이 맞물려 단계별 대응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며 "자문, 송무, 조세 등 관련 전문가가 사건 초기부터 유기적인 대응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까다로운 분야인데 최근 AI 기술 도입으로 대응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어 전문가 영입이 필수적인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법과 AI 만남 "두려움보다는 적응이 필요"

강석훈 대표변호사는 AI 시대를 맞아 기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적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강 대표변호사는 "다양한 분야에 AI가 접목되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융합산업 전문가를 통해 대비하고자 한다"며 "일례로 현대카드 법무실장과 쿠팡 부사장을 역임한 핀테크 법무 전문가 이준희 변호사를 영입해 핀테크팀을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조계에도 AI와 법의 만남인 리걸테크가 확산되고 있어 기존 로펌과 변호사들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이는 경직된 생각으로 리걸테크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리걸테크를 활용해 변호사들이 자문과 송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빠르게 만들고 뉴노멀에 적응하는 것이 로펌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