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류 가격이 일제히 급격한 반등세를 보인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을 순차적으로 폐지할 예정인데, 유가 상승이 오히려 힘을 준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와 산업 침체 여파로 기록적으로 인하됐다. 하지만 올해는 전년 예측과 달리 경기와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는 등 요인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다. 휘발유와 디젤을 비롯한 연료비도 인상 추세다. 내연기관 차량의 유류비가 인상됐다. 상대적으로 기름이 아닌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이용자가 지불하는 차량 유지비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는 전기차의 초기 보급률 증가를 위해 충전료를 할인해줬지만, 7월부터 할인 혜택을 순차적으로 줄인 후 2022년부터 혜택을 완전 폐지한다. 유가 인상은 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의 부담을 덜어주는 윤활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인 전기차 충전기 사용 모습 / IT조선 DB
일반적인 전기차 충전기 사용 모습 / IT조선 DB
5월 31일 투자·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유가는 2020년 5월 배럴당 20달러·동년 11월 배럴당 30달러 등 초저유가 상황이었다. 하지만 1월부터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3~4월 배럴당 60달러쯤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70달러 수준에 근접했다. 5월 말 기준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5배 상승한 셈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5월 31일 기준 국내 휘발유 전국 평균가격은 리터당 1552.22원이며 경유는 리터당 1349.25원이다. 경제회복세가 빨라지면서 국제유가는 현재보다 더 높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 투자금융사 JP모건은 하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74달러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인상된 것은 백신 개발 등으로 인한 코로나19 조기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유럽의 수요회복 전망 영향이다. 특히 미국 경제지표의 호조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잠정치는 2003년 3분기 이후 두번째로 높은 6.4%를 기록했다. 5월 28일 기준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64.81포인트 상승했고, 나스닥 지수는 12.46포인트 오랐다. 주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띈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한국 정부는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특례의 순차적인 폐지에 나선다. 국제유가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폐지안 확정에도 탄력을 받게됐다.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특례는 2017~2019년까지 운영한 뒤 폐지할 예정이었으나, 관련 규정 개정 후 2022년까지로 연장됐다. 할인율은 1년 단위로 줄어든다. 7월까지 할인율을 100%에서 50%로 줄이며, 7월 이후에는 25%까지 낮아진다. 2022년 7월에는 할인 제도 자체를 완전 폐지한다.

애초에 일부 전기차 이용자와 업계는 전기차 충전료 할인 특례의 2022년 폐지에 불만을 표했다. 할인혜택 일몰시 순수 전기차 사용자의 전기료가 하이브리드(HEV) 차량 이용자의 유류비와 비슷해 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전기차의 가격이 높은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감가상각 등을 고려해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 연료의 가격이 지속 상승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전기차의 상대적인 유류비 감소가 부각될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형 SUV 쏘렌트 하이브리드와 준중형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공인 연비는 각각 리터당 최대 15.3㎞와 ㎾h당 4.9㎞다. 똑같이 100㎞ 거리를 주행한다고할 때, 쏘렌토 유류비는 1만100원쯤이며 아이오닉5는 5200원(환경부 급속충전요금 기준)쯤이다. 연간 4만㎞를 주행한다고 했을 때, 6~7년 후 전기차의 비싼 가격은 유류비 관련 이득으로 상쇄된다. 휘발유나 경유 가격이 지금보다 더 상승할 경우 전기차 이용자의 이득이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특례 연장 여부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이르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특례의 경우 이미 1회 연장이 됐고, 제도 유지 기간인 2022년까지의 기한도 아직 남아있다"며 "할인 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 연장 등을 지금 논의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