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애플이 올해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3(가칭) 시리즈에 OLED 패널 5000만대쯤을 공급한다. 3000만대를 공급한 아이폰12 시리즈 대비 70% 가까이 늘었다. OLED 패널이 생산되는 파주 E6 라인의 수율 개선에 힘입은 성과다.

5월 31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디스플레이 파주 E6 라인의 수율(전체 생산 제품 중 합격품 비율)은 80% 수준까지 개선된다.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대비 아이폰 패널 공급 비중을 늘리고, 중국 BOE의 진입을 가로막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E6 라인은 스마트폰용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를 만든다. E6-1, E6-2 라인 각각 월 1만5000만씩 총 3만장의 생산능력을 보유했다. 사실상 아이폰 전용 라인으로 보면 된다.

E6 라인은 2~3년 전만해도 투자 비용도 건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애플이 요구하는 성능의 패널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양산능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 2019년 초 E6 라인의 수율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패널 10장을 생산하면 불량품이 8장이라는 얘기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빠른 시일 내 수율을 끌어올린 것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완제품 설계 개념과 적용 기술 재현)과 기술 분석 등 R&D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며 "대형 OLED에 주력하느라 소형 P-OLED와 투트랙이 쉽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긍정적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아이폰13미니(5.4인치) ▲아이폰13(6.1인치) ▲아이폰13프로(6.1인치) ▲아이폰13프로맥스(6.7인치) 등 전작과 같은 4개 모델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모두 OLED를 탑재하며 출하량은 1억6900만대쯤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이 중 삼성디스플레이가 1억1000만대, LG디스플레이가 5000만대, 중국 BOE가 900만대의 OLED 패널을 생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로 모델에 탑재되는 6.7인치와 6.1인치 플렉시블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단독 공급한다. 일반형 6.1인치와 미니용 5.4인치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함께 맡는다. BOE가 수주한 물량은 아이폰12와 마찬가지로 리퍼폰으로 알려졌다. 완전한 납품 승인을 받지 못해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가 이같은 지위를 유지·확장하려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단독 공급하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박막트랜지스터(TFT) 적용 OLED 패널을 얼마나 빨리 양산하느냐가 관건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절반 이상 물량을 가져간다고 보면 나머지를 놓고 LG디스플레이와 BOE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에 출시된 갤럭시노트20에 이미 LTPO OLED를 공급했다. 경쟁사 대비 2~3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디스플레이는 LTPO 대비 한단계 아래 기술인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TFT 적용 OLED 패널을 아이폰13에 최초 공급한다. LG디스플레이가 LTPO OLED를 공급하는 시기는 빠르면 2022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13 메인공급사로 선정되면서 BOE는 사실상 2022년 차기작에 정식 공급을 노릴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도 "LG디스플레이가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 중인 BOE와 기술 격차를 벌려두지 않으면 K-디스플레이의 한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