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中 반도체 굴기 꺾이고 'K-반도체 재도약' 모멘텀 왔다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6.02 06:00
중국 반도체 굴기가 서서히 꺾인다.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집중 견제책이 힘을 발휘한 영향이다.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을 통해 반도체 산업 재도약을 노리는 한국의 능동적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인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존재에 힘입어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달리는 국가다.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에서도 대만에 이어 2위를 달린다.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산업적 측면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했듯 반도체는 주요 외교 수단이자,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존재로 위상이 달라졌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기업인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 회사에는 부품이나 장비를 공급하지 못한다. 중국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우리 반도체 기업도 매출에 일부 타격을 입었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는 불확실성 측면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에 단기 악재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시장 비중은 60%에 달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호재다.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일찌감치 견제할 수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2015년에 ‘중국제조 2025’ 발표를 통해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까지 7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계획은 미국의 제재로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17~2019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대에 머물렀다. 2025년에도 19%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내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해외기업 매출을 빼면 실질 자급률은 10%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이 단순 기술 경쟁으로 흘러갔다면 어땠을까. 중국 굴기는 분명 한국의 반도체 초격차를 위협했을 것이다. 디스플레이나 배터리 산업처럼 중국 기업에 내줄 분야는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의 ‘무기화’가 우리에게 마냥 나쁜 결과는 아닌 이유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서 반도체 패권을 쥐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세계 시스템반도체 설계, 설계 자동화(EDA) 및 지식재산권 코어(Core IP), 제작 장비 부문에서 65% 이상의 비중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대만, 일본, 네덜란드 기업은 물론 중국 SMIC까지 미국의 대중 제재에 준수할 수밖에 없었다.

반도체 제국주의 시대다. 자국 중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반도체 패권을 쥐고픈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을 불가피하게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 정상의 최근 반도체 동맹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중 전선으로 한발짝 나아갔다는 평가를 내놓기에 충분하다. 중국 반도체 굴기가 꺾이고 K-반도체 ‘제2 전성기’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감은 결코 헛된 전망이 아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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