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하 실명계좌) 재계약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실소유주와 개인정보유출에 대해 심사 기준을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가상자산 불법행위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예고하자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빗썸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이 예고된다.

. /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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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농협은 가상자산 사업자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평가시스템을 늦어도 이달 초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특금법과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개인정보유출 등 불법행위와 최대주주 평판 심사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심사 내용도 더욱 구체화할 전망이다.

농협 관계자는 IT조선에 "가상자산 사업자 위험 평가 과정에서 해킹과 최대주주 관련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해 적용할 방침"이라며 "특히 빗썸의 경우 개인정보유출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점에 대해 전보다 강도 높은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가 기준 강화가 재계약 중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내용은 심사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답했다.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은 고유위험 16개 항목과 통제위험 87개 항목에 대해 상중하 방식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고유위험이란 심사 대상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금세탁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지 나타내는 지표다. 통제위험은 자금세탁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전문 인력을 충족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내부 운용 항목이 들어있다. 해킹과 최대주주 심사 항목은 고유위험 평가 중 평판심사 항목에 해당한다.

특히 가이드라인이 ‘필수 점검’ 기준에 외부 해킹을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가이드라인은 해킹 사건을 사업 유지가 어려운 심각한 손상이라고 봤다. 그만큼 거래 안정성을 중시 한 셈이다. 통상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 과정에서 서버와 보안 안정성에 대해 기술적 검증을 실시하는 관행과 연장선상에 있다. 서버 안정성과 해킹 이력 등은 정량평가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

평가 심사 강화는 이정훈 전 의장과 빗썸이 지난해 초 개인정보유출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계기가 됐다. 농협은 지난해 1월 이 전 의장과 빗썸이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실명계좌 재계약을 연장했다.

앞서 2017년 4월, 이 전 의장이 악성 프로그램이 숨겨진 이메일을 열다가 개인 PC가 해킹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3만1000건이 유출된 데 이어 고객 243명이 보유한 가상자산 약 70억원이 탈취됐다. 빗썸은 해당 사건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점이 인정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농협 측은 "재계약 당시 이 전 의장과 빗썸이 해킹 건으로 유죄를 받은 사안을 검토했지만 심사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사 대상은 같지만 이번에는 평가 기준을 높인 만큼 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전 의장의 BXA코인 사기 혐의와 빗썸의 잦은 서버 오류에 대한 심사도 까다롭게 진행될 것으로 분석된다. 빗썸이 실소유주 리스크를 해소하고 충분한 재발방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계약이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재계약 이후 또다시 해킹이 발생한다면 농협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경우 농협은 해킹 등을 방지하고 거래 안정화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농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현행법에 따라 고객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 농협은 최대 6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빗썸 측은 "서버 용량을 기존의 5∼6배 이상 증설하고 AWS 클라우드로 대용량 서버 시스템 일부를 이전해 올해 초부터 자체 서버와 함께 운용하고 있다"며 "시세 급등락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 대처 시스템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세탁방지 솔루션 개발과 모니터링 강화 등으로 신고제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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