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패션 산업에서 또다시 맞붙는다. 두 플랫폼 모두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패션테크 플랫폼에 전격 투자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 찾기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출혈 경쟁으로 브랜드 질 저하를 우려한다.

. /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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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올해 4월 카카오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했다.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 스타일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크로키닷컴과 합병, 지그재그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그재그는 4000곳 이상 쇼핑몰과 패션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맞춤형으로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경쟁력으로 꼽는다. 핵심 강점은 1020 젊은 여성 소비자를 다수 확보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2020년 브랜디에 100억원을 투자하고 동대문 도매플랫폼에 산업은행과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동대문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해 의류 도매상의 재고 상품 관리를 디지털화할 계획이다. 브랜디에 입점 한 도소매 상공인이 이커머스 운영 체계를 갖추고 네이버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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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플랫폼이 패션테크 기업에 돈을 푸는 이유는 ‘돈 되는' 커머스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 확대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는 국내 커머스 시장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2020년 기준 이커머스 시장에서 카카오 점유율은 2.9%대에 불과하다. 점유율 1, 2위를 겨루는 네이버, 쿠팡 등은 물론 11번가와 위메프에 비해서도 낮다. 다만 커머스 성장기세만은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는 "선물하기와 톡스토어 등 전 부분이 고르게 성장해 1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지그재그 인수를 통해 커머스 내 확실한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지그재그에서 발생한 거래액은 2020년 7500억원 규모다. 업계는 올해 1조원 돌파를 예상한다. 카카오가 최근 강화하는 AI 기반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추천 기능은 이미 보유 중이어서, 4000여개 쇼핑몰 사업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카카오 커머스 시너지도 낼 수 있다. 게다가 지그재그는 직매입 유통과 물류 비즈니스를 직접 처리하지 않는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 부담도 적다.

이미 국내 커머스 입지를 다진 네이버가 브랜디와 동대문 도매 물류를 확대하는 이유는 이커머스 경쟁력을 해외까지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브랜디는 의류 판매자들이 일정 수수료를 부담하면 재고 처리부터 발송까지 브랜디에서 프로세스를 모두 지원해주는 풀필먼트 시스템이 핵심이다. 동대문 패션 다수 도매상과 소매상을 디지털로 연결하고, 고객 배송도 연결한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동대문 패션도매업자-소비자로 직접 연결하는 역량을 정교화해,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설 전망이다. 동대문 도매상들이 패션 상품을 기획, 생산하면 이를 물류센터에서 받아 해외 배송까지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투자해, 네이버 쇼핑의 판매 영역을 확연히 넓힐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패션 커머스 영역과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의 출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중소형 쇼핑몰 중심으로 영업 경쟁을 벌이던 구조에서 최근 지그재그, 무신사, 29CM, W컨셉 등 패션 테크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에 기반해 맞춤형 추천하는 기능은 특별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 힘들다. 반면 경쟁적으로 늘어나는 플랫폼 내 ‘쿠폰 뿌리기' 등이 입점업체들의 수익성을 낮출 수 있어 브랜드 질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구도는 첨예해지는 반면, 기존의 플랫폼이 구축한 이미지 외에 추가적으로 어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패션 유통업계는 변화가 빨라 누적된 이미지에서 비롯된 플랫폼 영향력도 금세 변할 수 있다. 플랫폼 중심으로 마케팅 이벤트가 과열되면서 쿠폰 뿌리기 등 출혈이 한동안 심해질 것이 우려된다.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