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속 나선 사이 ‘비트코인 채굴’ 성지 노리는 남미

김연지 기자
입력 2021.06.02 06:00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허덕이는 남미 일부 국가들이 채굴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세계 비트코인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에서의 채굴이 주춤하는 사이 새로운 비트코인 채굴 성지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쉽게 축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픽사베이
‘비트코인 채굴’ 의존하는 남미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들이 비트코인 채굴 성지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각광받는 곳은 아르헨티나이다. 블룸버그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은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료를 자랑하는데다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비트코인 가격과 상관 없이 낮은 전기료 덕분에 채산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정부가 전기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남미에서 전기료가 가장 싼 곳으로 꼽힌다. 전기료가 한 달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불과할 정도다. 여기에 만성적 인플레이션도 비트코인 채굴을 활성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페소화 폭락이 잦아짐에 따라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도 아르헨티나 못지 않게 비트코인 채굴에 적극적이다. 이 국가는 지난해 말 군사력을 동원하며 본격적인 비트코인 채굴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당시 "군대 강화와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채굴에 나선 것"이라며 "비트코인 채굴은 차단 불가능한 수입원이다. 식민주의적 관계로 차단되고 통제되는 신뢰 시스템의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2018년부터 가상자산에 의존한 국가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자국 생산 원유를 담보로 하는 가상자산 ‘페트로’를 발행했다.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 서류 발급, 여행, 쇼핑 분야에서 활용처를 넓혀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페트로는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페트로의 미국 내 거래와 사용을 전면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베네수엘라가 국영 가상자산 활용에 힘을 집중하기 보다는 비트코인 채굴로 눈을 돌린 이유다.

전문가들 "中, 채굴 1위 놓치지 않을 것"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의 이러한 채굴 수요 증폭이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 채굴은 주로 수력 바탕으로 이뤄진다"며 "때문에 중국 채굴 업체들이 수자원 이용이 용이한 지역으로 이동해 영향력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상자산 가치가 소폭 떨어진 현 시점 미국에선 비트코인 대량 매입과 채굴이 활발하다"며 "글로벌 금융 무기가 될 수 있는 비트코인을 중국이 멀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럽 채굴기 업체 한 관계자도 중국이 오히려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비트코인 거래에 이어 채굴 단속에 나섰지만, 정작 채굴의 30%가 이뤄지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내몽고 자치구 단속에는 나섰지만 신장에 대해선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등 외신은 "신장의 비트코인 채굴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신장지역의 GDP(2130억달러) 중 비트코인 채굴이 차지하는 비율은 1.4%로, 신장 전체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채굴을 눈감아 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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