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조 대체육 시장에 롯데·대상·농심 합류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6.04 06:00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확산으로 ‘대체육' 시장이 성장탄력을 받고 있다. 롯데·농심·풀무원 등 식품기업이 식물성 대체육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식품기업 대상은 동물세포를 기반으로 한 ‘배양육’ 사업에 투자를 결정했다. 2030년 140조원 시장규모를 바라보는 대체육은 국내외 비건(vegan) 수요 공략은 물론,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도 있어 식품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배양육. / 에코비즈니스
대상은 최근 엑셀세라퓨틱스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배양육 배지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밝혔다. ‘배양육(Cultured Meat)’은 살아있는 동물세포를 배양해 세포공학기술로 생산하는 인공고기를 뜻한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식물 단백질을 가공해 고기의 식감과 맛을 구현한 대체육과는 구별된다. 2023년말부터 배양육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배양육 시장은 성장 가능성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에이티커니는 2030년 글로벌 육류 소비량 10%를 배양육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40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배양육 시장의 최대 화두는 ‘경제성’과 ‘안전성’ 확보다. 실제 고기와 거의 유사한 맛과 질감 등을 구현하는 기술은 확보됐지만 현재 상용화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다. 또 먹는 음식인 만큼 세포를 키우는 과정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배양배지의 안전성 확보도 핵심요소로 평가 받는다.

배양육이 식품업계 각광을 받는 이유는 국내외 비건 소비자는 물론 세계인구의 24.9%를 차지하는 무슬림 중심의 할랄(Halal) 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할랄시장은 연평균 6.2%씩 성장해 2024년 3조2000억달러(35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식물성 대체육이 먼저 시장에 들어섰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비용 하락으로 실제 고기맛에 더 가까운 배양육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배양육 시장 선두업체는 미국의 푸드테크기업 잇저스트(Eat Just)다. 이 회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리양 야후 창업자,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등이 투자한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SPC삼립이 아시아 사업 파트너로 참가했다.

잇 저스트의 대표 제품 ‘저스트 에그'는 녹두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달걀 맛을 낸 제품이다. 콜레스테롤이 없고 포화지방이 낮아 비건, 달걀 알러지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윤리적·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미국·중국·홍콩·싱가포르 등지서 3000만개가 판매됐다.

잇저스트는 2020년 12월,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현지 배양육 식품 판매 승인을 따낸 바 있다. 배양육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먼저 식품 인정을 받게 된 까닭은 현지 정부가 자국 식량 생산 비율을 30%로 끌어올리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전체의 90%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우' 세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씨위드가 배양육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해조류를 이용해 세포를 배양하는 구조체를 만들어 기존 100g당 10만원쯤의 배양육 생산비용을 2000원선으로 줄여 식품업계로부터 주목받았다.

롯데그룹도 최근 롯데중앙연구소를 통해 버섯 뿌리(균사체)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대체육 개발에 뛰어들었고,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대체육 첨가제 생산에 나섰다. 롯데푸드는 김천·청주공장을 통해 식물성 대체육 상품을 생산해 시장에 투입 중이다.

농심그룹은 올해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하고 본격적으로 비건 식품 사업에 나섰다. 대표 제품은 식물성 대체육과 식물성 치즈, 소스 등 18개 제품이다. 대체육의 경우 떡갈비 등 한국식 메뉴를 접목한 조리 냉동식품으로 판매된다. 농심은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MMA)’로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 고기 특유의 육즙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의 배양육 등 대체육 투자가 이어진데는 기업의 ESG 경영 확산도 한 몫했다. 대체육 생산을 통해 축산업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축산업을 통해 발생되는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의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내연기관 자동차가 내뿜는 양(12%)보다 많다. 또, 축산업의 골칫거리인 항생제 오남용이나 바이러스, 박테리아 감염 위험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공장식 도축 등 동물윤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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