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충전 인프라를 위한 노후 아파트 변압기 교체가 지지부진하다.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가 다량 설치되면 1개 단지에서 사용하는 전력량도 늘어나는데, 십수년 지나 여름철 정전 사태를 겪는 대부분 노후아파트의 변압기는 늘어난 전력량을 감당하기 어렵다.

대부분 노후 아파트 입주민은 비용이 비싸 변압기 교체를 꺼리는데, 변압기가 아파트 소유 재산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에서 지원은 부족하다.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노후아파트 변압기 교체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올해 예산은 2020년 대비 오히려 줄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벽면에 설치돼있는 전기차 완속충전기 / 이민우 기자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벽면에 설치돼있는 전기차 완속충전기 / 이민우 기자
5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과 산업부에서 실시한 2021년 노후 아파트 변압기 교체 지원사업에 신청한 아파트 단지는 316곳이다. 한전에서 선정하는 단지수는 최대 180곳인데 2배에 가까운 단지가 신청했다. 노후 아파트 변압기 교체 지원사업은 2005년부터 시작됐는데, 2020년 배정됐던 예산은 56억원이었다. 신청한 단지가 많은 올해 예산은 오히려 43억원으로 감소됐다.

노후아파트 중 상당수는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지 않았던 지난 여름에도 전력사용 급증을 변압기에서 버티지 못해 정전을 겪었다. 한전 등 전기차 사업자도 변압기 용량이 미달되는 곳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는 지양하고 있다. 노후아파트들은 변압기 교체 없이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한전 한 관계자는 "이번 변압기 교체지원 사업에서 과거 대비 지원폭이 넓어지면서 신청한 아파트 단지 숫자도 늘어났다"며 "현재 상황에서 예산이 따로 추가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에서 1개 세대의 하루평균 소요전력(15시간 기준)은 5㎾로 노후아파트의 변압기에서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은 세대당 3㎾정도다. 아파트에 설치되는 전기차 완속충전기의 경우 대부분 7㎾h급이다. 완속충전기가 최소 5시간 이상을 충전하는 것을 생각하면, 1대가 쓰는 전력량이 1개 세대의 하루 평균 계약전력을 크게 넘는다.

완충시 주행거리 300㎞를 가볍게 넘기는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은 50㎾ 이상이다. 하루 출퇴근시 왕복 50㎞걸리는 운전자가 주당 1회씩 전기차를 완충한다고하면, 전기차 1대가 생길때 1개 세대분의 전력부하가 추가되는 셈이다.

노후아파트 입주민들은 노후된 변압기의 교체가 꺼려진다. 몇천만원 수준의 교체비용이 부담이다. 아파트 단지 대부분이 아직 전기차보다 내연차가 많다보니, 전기차를 위한 충전기 설비나 변압기 교체에 미온적인 입주민도 많아 설득도 쉽지 않아 정부 지원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공확과) 교수는 "아파트 입주민단체와 정부에서 일부 나서고 있지만 변압기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완속 충전기가 급속충전기처럼 소형 건물 정도의 수전 설비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여러대가 동시 충전할 경우 건물에 과부하가 분명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시대에 대비 노후 아파트 등 건물의 변압기 시설점검과 괸리를 철저히 해야한다"며 "현재 부족한 전기차 충전기에 대응해 상가 등 일부 건물에 배치된 충전기의 유휴시간을 활용하는 공유 모델도 더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