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업자인 인터넷(IP)TV 업계와 콘텐츠 사업자인 CJ ENM 간 갈등이 악화일로다. CJ ENM이 콘텐츠 사용료를 현실화하라고 주장하지만, IPTV 업계는 해당 요구가 과도하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그 사이 LG유플러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CJ ENM 채널의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 사태까지 예고돼 시청자 피해만 커지고 있다. OTT 산업 특성상 정부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가 U+모바일tv 공지사항에 CJ ENM 채널의 실시간 방송 종료를 예고하고 있다. / U+모바일tv 화면 갈무리
LG유플러스가 U+모바일tv 공지사항에 CJ ENM 채널의 실시간 방송 종료를 예고하고 있다. / U+모바일tv 화면 갈무리
LGU+, OTT서 11일부터 CJ ENM 채널의 실시간 방송 종료

5일 IPTV 업계와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최근 자사 OTT 플랫폼인 U+모바일tv 이용자에게 기존에 제공하던 CJ ENM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실시간 방송이 중단되는 채널은 tvN과 올리브, 엠넷, 투니버스, OGN 등 10개 채널이다. 중단 예상일은 11일이다.

LG유플러스 측은 "당사의 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휴사가 실시간 방송 공급을 중단할 수 있어 안내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LG유플러스는 방송 제공을 위해 CJ ENM과 지속해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U+모바일tv에서 CJ ENM 채널이 중단되는 배경에는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있다. CJ ENM이 올해 들어 LG유플러스에 IPTV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OTT 콘텐츠 사용료 계약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IPTV와 OTT를 연계해 협상을 진행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OTT가 IPTV에서 파생한 부가 서비스 개념이기에 별도 계약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CJ ENM이 자사 OTT인 티빙에는 낮은 사용료를 두면서 유료방송 OTT엔 높은 사용료를 요구한다는 지적도 더했다.

CJ ENM은 LG유플러스가 부가 서비스 개념을 벗어나 적극적인 OTT 사업을 진행하기에 사용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 IPTV 이용자뿐 아니라 별도 가입으로 OTT 이용자를 모으는 점,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별도로 제공하는 점, IPTV 사용자가 OTT를 이용하려면 추가 과금이 있는 점 등이 근거다.

KT도 LG유플러스와 같은 상황이다. 다만 아직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에 당장 블랙아웃을 예고하진 않은 상태다. 만약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CJ ENM 실시간 채널을 종료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자사 IPTV 사용자에 한해 OTT 형식의 모바일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 이번 갈등을 피했다.

IPTV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KT에 OTT 콘텐츠 사용료 10배 인상을, LG유플러스엔 2~3배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호성 CJ ENM 대표가 5월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자사 OTT 플랫폼인 티빙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입지를 다지겠다고 설명하는 모습 / CJ ENM
강호성 CJ ENM 대표가 5월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자사 OTT 플랫폼인 티빙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입지를 다지겠다고 설명하는 모습 / CJ ENM
"업체 간 갈등 지속에 소비자만 애탄다"…OTT 특성상 정부 중재도 어려워

유료방송 업계는 IPTV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두고 펼치는 IPTV 3사와 CJ ENM 간 갈등이 매년 지속한 업계 이슈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엔 OTT 콘텐츠 사용료 인상 요구가 더해지며 갈등 양상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IPTV 3사와 CJ ENM이 사업 영역에서 교집합을 이루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실제 IPTV 3사는 최근 OTT를 포함해 콘텐츠 사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CJ ENM도 이달 OTT 플랫폼인 티빙 사업을 키워 글로벌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IPTV 3사와 CJ ENM 간 갈등이 합의점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다"며 "이번에 IPTV와 OTT 분야에서 어떻게 논의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보니 더욱 강 대 강으로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방송 업계에선 기업 간 갈등 해결이 어려울 때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IPTV 3사와 CJ ENM은 방통위 분쟁조정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업체 간 힘겨루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결국 애먼 시청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중단이 예고된 CJ ENM 채널은 다수 방송 분야를 막론한다. 예능, 드라마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tvN, 음악 채널인 엠넷, 영화 채널인 OCN, 어린이 채널인 투니버스, 게임 채널인 OGN 등이다. 채널 분야가 다양한 만큼 다수 시청자가 시청권을 저해 받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갈등 해소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업체가 합의점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020년 딜라이브(케이블TV 업체)와 CJ ENM이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두고 갈등을 빚자 이를 중재했다.

하지만 블랙아웃 사태가 예고된 OTT 콘텐츠 사용료 인상 갈등과 관련해서는 갈등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게 과기정통부 설명이다. OTT가 새로운 미디어 유형이기에 IPTV나 케이블TV처럼 관련 법제가 잘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건은 LG유플러스가 IPTV 사업자이긴 하지만 IPTV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 중단이 아닌, OTT에서 발생한 콘텐츠 대가 분쟁과 관련이 있다"며 "IPTV 문제라면 직접 이용 약관이나 법적 근거를 찾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OTT는 법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