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개발자 논란] ① 밖에선 고액연봉 VS 안에선 고용불안

조아라 기자
입력 2021.06.09 06:00
최근 넥슨의 개발자 대기발령 사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IT업계 ‘임금 인상’ 스타트를 끊은 넥슨이 정작 내부에서는 일부 직원을 대기발령 조치하는 등 고용 불안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프로젝트별로 인력이 투입되는 사내 고용형태 근무를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반면 넥슨의 사내복지 및 고용 정책을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오히려 넥슨이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이들을 배려하고 재교육을 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넥슨, 연봉 인상·고용 불안 이슈 모두 ‘논란’...개발자 업무 환경 단적으로 드러내

관련업계는 최근 IT업계의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넥슨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번 고용불안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그 동안 IT 개발자들은 시장에서 오랫동안 착취에 가까운 대우를 받아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결정적인 계기가 돼 개발자 연봉이 급등했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개발 인력 수요가 늘자 기업이 다급해진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인력 유출을 막고 고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파격적인 보상안을 내세웠다.

넥슨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3월 1일 넥슨은 신입 개발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전직원 임금을 800만원 인상했다. 넷마블이 동일한 인상안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컴투스, 게임빌, 스마일게이트도 연봉 인상 릴레이에 합류했다. 크래프톤은 초봉 6000만원, 재직자 일괄 2000만원 인상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IT업계 전반으로 퍼지며 재직자 사수 분위기가 가열됐다.

이 가운데 넥슨이 직원 16명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향후 임금을 삭감 방침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1년 이상 팀 배치를 기다린 이들은 3개월 대기발령 조치를 받으면서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대기발령 이후 기존 임금의 75%만 받을 예정으로 노조는 동의없는 일방적인 조치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업계 ‘넥슨 조치 이상적’ 한 목소리

대기발령 인력은 게임 ‘페리아연대기’를 만드는 프로젝트 소속이다. 프로젝트 개발 기간만 8년, 총 60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정작 게임은 2019년 빛을 보지 못하고 종료됐다. 팀 인력은 약 600명으로 대부분 일자리를 찾았다. 나머지 약 2%가 일년 넘게 팀을 찾지 못하면서 노조가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이들이 다른 팀에 합류하려면 프로젝트에 맞는 역량이나 자질 등을 평가 받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사내 면접’이라고 한다. 넥슨은 이들에게 교육비 월 200만원을 지원하며 자기계발을 독려했다.

업계가 넥슨의 고용 정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게임업계 관계자 A씨는 "넥슨이 대기 인력을 꽤 배려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며 "일 년 이상 기다려주고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임금을 지급한 점을 높이 사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게임회사 소속인 B씨 역시 "보통 해고나 권고사직으로 인력을 정리하는 데 반해 넥슨은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고용 불안을 해소하려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팀 단위 프로젝트 유지 우려 여전…’드랍’시 고용 불안 현실화

다만 팀 단위로 진행되는 고용 구조에는 우려가 여전하다. 문제는 이같은 고용 형태가 게임 업계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는 데 있다.

프로젝트에는 코딩 개발자뿐 아니라 스토리 구성, 디자인과 이미지 제작, 효과음 제작, 콘텐츠 제작 등 각 전문가가 포진한다.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게임이 출시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프로젝트 성공은 팀원의 능력과 자질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프로젝트가 조기 종료될 경우 팀원이 받을 충격은 적지 않다. 이를 ‘드랍(Drop)’이라고 한다. 경영진이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점검한 결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규제 등의 문제로 프로젝트를 접기로 판단한 경우를 말한다. 드랍은 하나의 직무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기존 팀원을 중심으로 게임 개발을 다시 재시작하는 ‘게임 초기화’와 차이가 있다. 초기화는 번번히 발생하지만 드랍은 흔치 않다.

드랍된 팀원들은 권고사직을 받거나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까지 대기 발령 상태에 들어간다. 게임업계의 고용 불안은 여기서 발생한다.

"그래픽 디자인·기획 인력 수요 감소로 고용 불안 가능성 커"

업계 관계자들은 프로젝트 드랍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로젝트 드랍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게임업계 종사자 C씨는 "사업성이 없는 경우 드랍하는 게 회사의 이익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개발자는 제일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기업은 가급적 다른 개발 조직에서 흡수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이어 "경영이나 전반적인 상황이 좋은 흐름을 보여야 가능하다. 매출이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개발자로 근무하는 D씨는 "드랍된 팀원으로 구성된 팀을 ‘R팀’이라고 한다. R팀에 대한 평가는 가치관과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며 "이들이 가진 스팩과 이해관계는 모두 다르다. 언론에 알려진 대로 단순이 팀 배치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연봉 등 조건이 맞지 않아 거절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딩 개발자를 제외한 직군의 경우 기업이 고용 안정에 더욱 신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디자인 그래픽이나 기획 등의 직군 종사자의 경우 수요가 낮다"며 "이들은 프로젝트 종료 후 신규 프로젝트 합류나 이직이 어려워 고용 불안이 커질 위험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언급한 A씨는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게임이 크게 늘면서 프로젝트의 수명도 점점 단축되고 있다"며 "기업 간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짐과 동시에 프로젝트 드롭도 잦아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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