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IT 업계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에 속도를 낸다. 엔씨소프트(엔씨, NC)와 넷마블을 포함해 카카오, 네이버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개선에 나서면서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게임 업계의 경우 개발자의 고용 불안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면서 ESG 경영 강화로 이같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지 업계 관심이 크다.

개발자 대기발령 조치로 한 차례 진통을 겪은 넥슨코리아(이하 넥슨)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넥슨은 올해 자산 10조원을 돌파하면서 상호출자가 제한되는 대기업 집단에 편입됐다. 사회적 책임이 커진만큼 고용 안정을 통해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다. 지배구조·근로자·협력사·환경 등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고 장기 투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돈을 빨리, 많이 버는’ 기업에 투자했다면, 이제 환경을 보호하고 근로 환경을 개선하며 올바른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하자는 취지다.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 환경은 사회적 요인(S)에 속한다. ▲근로자 훈련과 임직원 기술 향상 프로그램 ▲신규채용과 임직원 이직률, 육아휴직 ▲경영상 변동 최소 통지 기간 보장 등이 주요 내용이다.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군의 경우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콘텐츠 개발을 위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과제가 사회적 요인에 언급돼 있다. 신기술 기업은 콘텐츠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수 개발 인력을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본 것이다.

넥슨에서 불거진 개발자 고용 불안 논란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안정적인 근무 환경이 조성돼야 기업도 안정적으로 성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질적인 고용 불안은 곧 산업 발전의 장애 요인으로 여겨진다.

ESG 경영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엔씨다. 3월 게임사 최초로 ‘ 경영위원회’와 ‘ESG 경영실’을 신설했다. 엔씨는 ESG 핵심분야로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환경 생태계 보호 ▲인공지능 시대 리더십과 윤리 등을 공개했다. 이중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분야에서 청년 고용 창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근무제도 개선을 고용 안정의 주요 과제로 삼았다.

실제 엔씨는 높은 수준의 근로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근속연수은 5.6년으로 업계 최고치다. 또 올해 1분기 기준 정규직수 645명으로 국내 IT업계 1위를 차지했다. 국내 500대 기업 기준 고용률 5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엔씨는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ESG 종합평가에서 B+를 획득하며 게임 업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

넷마블은 5월 14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하반기 이사회 직속으로 ESG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ESG 경영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게임업계 큰 형님 격인 넥슨도 ESG 경영에 동참할 방침이다. 특히나 최근 전환배치를 기다리는 개발자들이 대기발령과 임금삭감에 반발해 논란이 일면서 넥슨의 ESG 경영 방안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ESG 경영 관련, 아직까지 진행된 게 없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넥슨이 대기발령 인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점은 높이 살만 하다는 평가다. 고용과 관련한 ESG 지표도 긍정적인 내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2019년 게임 업계 최초로 단체 협약을 체결한 후 프로젝트 드랍으로 인한 권고사직 정책을 폐지했다. 자회사가 폐업한 경우 직원들을 모두 본사로 흡수시키는 인사 정책도 단행했다.

넥슨 측 관계자는 "ESG 경영과 관련해 담당 팀이 꾸려졌고 초반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경영전략 차원에서 ESG경영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