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커머스 시장 점령을 눈앞에 둔 쿠팡이 해외 첫 진출 국가로 일본을 선택했다. 1일부터 도쿄 시나가와구를 무대로 시험 서비스에 돌입했다. 신선식품 서비스인 ‘쿠팡 프레시'에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융합한 모양새다.

쿠팡의 일본 진출에 현지 유통업계도 주목했다. 현지 택배업계의 고민거리인 현관 앞 배송에 따른 상품 분실에 대해 쿠팡이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일본경제신문은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과의 사업연계와 배달파트너를 활용한 사업모델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쿠팡 일본 서비스 홍보 이미지 / 쿠팡
쿠팡 일본 서비스 홍보 이미지 / 쿠팡
쿠팡의 일본 진출 가능성은 손 회장이 쿠팡에 투자할 당시부터 예측된 일이다. 급물살을 탄 것은 3월 TV도쿄의 쿠팡 일본 진출 검토 보도 이후다. 해당 보도는 3월 30일 소프트뱅크그룹의 반박 후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당시 손정의 회장은 쿠팡과 유사한 서비스를 일본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쿠팡 진출 가능성의 불씨를 남기는 모습을 보였다.

손정의 회장이 일본에 쿠팡과 유사한 서비스 도입을 검토한다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본 전체 시장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낮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일본 e커머스 시장을 장악했다 평가 받아도 더 시장을 키울 여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현지 전체 상거래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7월을 기준으로 ‘6.76%’에 불과하다. 개척하지 못한 90%이상의 시장이 남아있는 셈이다.

한국 대비 2배 이상인 1억2630만명에 달하는 인구수 덕에 전체의 6%남짓의 e커머스 시장에서 2019년 기준 10조360억엔(107조원)의 거래액을 발생시켰다. 해외진출을 검토하는 쿠팡 입장에서 일본이 장래성있는 시장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쿠팡은 ‘신선식품' 빠른배송으로 현지 1위 e커머스 아마존 재팬에 도전장을 내밀 기세다. 아마존의 지지부진한 신선식품 사업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아마존 재팬은 자사 유료회원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도쿄·카나가와 등 수도권 일부지역에만 서비스되는 등 전국구 확대에는 더딘 모습을 보였다. 회사는 3월 31일 자체 신선식품 빠른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나우’를 종료했다. 대신 슈퍼마켓 사업자 ‘라이프'와 손잡고 현지 수도권 신선식품 2시간 배송 서비스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아마존 배송직원이 신선식품 배송하고 있다. / 아마존재팬
아마존 배송직원이 신선식품 배송하고 있다. / 아마존재팬
아마존 재팬은 3월초 현지 슈퍼마켓 사업자 발로(Valor)홀딩스와도 손을 잡았다. 업무제휴를 통해 토카이·코신에츠·호쿠리츠·킨키 등 지방에서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가까운 슈퍼마켓을 통해 2시간내에 배달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서비스 시작 시점은 올해 여름으로 예정됐다. 아마존재팬의 발로 협업은 신선식품 서비스의 전국구 확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 재팬이 신선식품 사업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현지 e커머스 시장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기 때문이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식품·음료·주류 e커머스 거래 비중은 2.89%다. 같은 시기 전체 e커머스 비중이 6.76%인점을 고려하면 전체 e커머스 거래액의 43%를 식품이 차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존 재팬은 일본 1위 오픈마켓이다. 2020년 기준 2조1893억엔(22조60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마존 글로벌 전체 매출의 5.3%다. 미국·독일·영국 다음으로 매출이 높다. 현지 소비자 인지도 측면에서는 52%를 기록했다. 시장 2위 라쿠텐(28.7%)보다 훨씬 높다.

치바 이치카와에 위치한 아마존재팬 풀필먼트 물류센터 / 아마존재팬
치바 이치카와에 위치한 아마존재팬 풀필먼트 물류센터 / 아마존재팬
쿠팡의 일본 진출에는 물류센터 확보가 큰 과제다. 로켓배송이 쿠팡의 성공발판으로 작용한 만큼 일본에서도 경쟁자 아마존을 누르기 위해서는 일본 전국에 물류·배송망을 갖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현대비즈니스는 일본 땅 크기가 한국 대비 3배 더 넓은 것이 쿠팡 일본사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땅이 넓은 만큼 한국보다 물류센터 설치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 재팬은 현재 일본에 총 27개의 대형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전국 물류센터와 현지 택배사업자 등을 통해 익일배송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수도권의 일부지역의 경우 당일 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쿠팡은 한국에서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30개 도시에 100여개의 독립된 물류센터를 설립했다. 물류 인프라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국 인구 70%를 쿠팡 배송센터로부터 10㎞ 권역에 뒀다.

문제는 추가 투자금 확보다. 쿠팡의 일본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물류센터 확보에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유통업계는 쿠팡의 해외진출에는 ‘복수 상장'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비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외 다른 국가에 추가 상장하는 것으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복수 상장업체가 몇몇 있다. 소니와 닌텐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기업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투자금 확보를 위해 NYSE에 중복 상장했다. e커머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가 대표적인 사례다. 알리바바의 경우 2014년 NYSE 상장후, 2018년 홍콩증권거래소에 추가 상장했다.

현대비즈니스는 현관 앞에 상품을 두고 가는 쿠팡의 비대면 배송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가 많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개인주택 비중이 높아 현관 앞 배송으로 인한 상품 분실 위험이 높다. 때문에 일본 택배업계는 집에 사람이 없을 경우 재방문 하는 등 사업 비효율성과 이로 인한 만성적인 택배배달원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