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AI반도체 법인 설립 공회전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6.14 06:00
SK텔레콤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AI 반도체 사업 계획이 차질을 빚는다. SK텔레콤은 AI 반도체 시장 개척을 위해 분사 개념으로 미국에 별도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지만, 한국에서의 법인 설립을 원하는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느라 1년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미 실리콘밸리에 SK하이닉스와 합작으로 AI 반도체 별도 법인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SK하이닉스와 협업 중인 만큼 합작투자를 통해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리콘밸리 법인 설립으로 AI 반도체 사업 규모가 확장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가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국내에 AI 반도체 별도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사업을 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출자가 규제로 인해 불가능하다"며 "SK하이닉스와 합작이 가능함은 물론 인재수급, 세제혜택, 고객사 확보 등 모든 면에서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선보인 AI 반도체 ‘SAPEON X220’ / SK텔레콤
법인을 설립할 경우 현지 법인장 선임 계획도 구체적으로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내 AI 반도체 개발·사업조직인 ‘T3K 이노베이션’의 유력 임원을 선임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거론된다. 해당 임원은 수년전 30대에 최연소로 SK그룹 임원 타이틀을 단 인물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은 2020년 말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SAPEON)X220’을 출시했다. 사피온X220은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딥러닝 연산 속도가 1.5배 빠르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인 것이 특징이다.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정부의 국책과제를 수행해왔고, 메모리 관련 기술은 SK하이닉스와 협업하고 있다. AI 반도체 칩 기반의 하드웨어부터 AI 알고리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 소프트웨어까지 AI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이같은 사업목표가 이뤄지려면 미국 법인설립으로 스타트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AI 반도체 스타트업 중 다수가 미국에서 법인 설립으로 회사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서다.

이스라엘 국적으로 미국 새너제이에 사무실을 둔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랩스’는 2019년 12월 20억달러(2조2200억원)로 인텔에 인수된 바 있다. 최근 네이버 D2SF·DSC인베스트먼트·KDB산업은행·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8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도 지난해 실리콘밸리에 미 법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정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서버 분야 주관기관이다.

SK는 2020년 8월 산업용 AI 전문 회사인 ‘가우스랩스’를 출범했다. SK하이닉스의 제조 현장에서 발생되는 방대한 데이터 활용으로 AI 솔루션을 개발해 반도체 생산 공정 전반의 지능화와 최적화를 추진한다. SK하이닉스가 자본금 5500만달러(611억원)를 전액 투자하는 방식으로, 미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뒀다. SK텔레콤이 AI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미 법인 설립은 이처럼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도체 업계의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책과제라는 이유로 정부가 AI 반도체 사업의 첫 걸음을 떼는 민간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내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 가치를 인정받고 미래 캐시카우를 창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은 2018년 7조8000억원에서 2024년 50조원으로 연평균 36%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 시장은 기존 GPU 중심 시장에서 AI 반도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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