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페이스북 간 갈등이 개인정보보호 분야에 이어 인앱결제로 확산한다. 페이스북이 기업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인앱결제 방식이 아닌 오프라인 결제를 권장할 계획을 공개한 탓이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입점한 앱의 결재를 인앱결제 방식으로 강제했다. 자체 결제시스템을 도입한 에픽게임즈의 경우 애플 정책 위반으로 앱스토어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페이스북 역시 애플과 불편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30%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거래하는 창작자·기업과 오프라인에서 만나 거래를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앱스토에서 내려받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앱에서 결제를 하려면 애플이 내건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지불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소매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결국 서비스 가격 인상에 따른 손해는 앱 개발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가 CNBC와 인터뷰 하는 모습 / CNBC 보도 갈무리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가 CNBC와 인터뷰 하는 모습 / CNBC 보도 갈무리
예를 들어, 웹브라우저를 통해 유튜브 프리미엄(광고없이 유튜브를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을 결제하면 월 9500원(부과세 포함 1만450원)만 내면 되지만,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유튜브 앱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면 1만4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다만 페이스북 앱 내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두는 방식이 아닌 오프라인 거래인 만큼 애플·에픽게임즈 간 대립과는 결이 다르다. 페이스북은 기업체나 창작자가 페이스북 서비스를 결제하려고 할 경우 외부에서 별도로 만나 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페이스북이 자체 결제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애플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 모세리 CEO가 수수료 이슈와 관련해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비롯한 다른 앱스토어가 아닌 아닌 애플 앱스토어를 콕 찝어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CNBC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WWDC21 개막 직전 "2023년까지 크리에이터들에게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애플의 30% 수수료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과 페이스북 간 갈등은 애플이 개인정보보호를 근거로 앱의 데이터 추적 허용 여부를 사용자에게 맡기면서 심화됐다. 애플은 2020년 iOS14를 출시하며 앱 제작사가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 식별화된 정보에 접근 할 수 없도록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4월 배포된 iOS14.5은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탑재했다. 모든 앱은 사용자 데이터 추적 시 사용자에게 직접 사용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 페이스북과 같이 사용자 데이터를 추적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기업에는 큰 타격이 갈 수 있다.

페이스타임으로 화상통화하는 모습 / 애플
페이스타임으로 화상통화하는 모습 / 애플
올 가을 배포될 iOS15에는 소셜미디어(SNS)와 같은 기능이 포함된다. 애플 기기 간 화상통화 앱인 페이스타임 기능을 확장해 안드로이드·윈도우 기기 사용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제공하는 일부 기능과 겹친다.

iOS15에는 아이메시지(애플 기기간 메시지 전송 서비스)에서 타인에게 받은 사진을 자동으로 앨범에 저장하는 기능과 타인이 보낸 링크를 한데 모아주는 '셰어드 위드 유'도 도입된다. 애플은 아이메시지를 SNS 분야로 확장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월 페이스북 실적 발표 당시 마크 저커버그 CEO는 애플의 아이메시지를 경쟁 서비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영선 기자 0s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