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티앤씨, 의사·교수·학생 디지털치료제 공동 개발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가상현실(VR), 챗봇, 인공지능(AI) 등의 SW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디지털치료제로 통칭하기도 한다.

IT조선은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찾았다. 말로만 듣던 디지털치료제 개발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ADHD 진단 및 치료제 샘플 화면 / 히포티앤씨
ADHD 진단 및 치료제 샘플 화면 / 히포티앤씨
히포티앤씨는 2020년 4월 설립된 신생회사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소프트웨어학과)가 교원창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플랫폼 기반 디지털치료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현재 주력으로 개발 중인 제품은 ▲가상현실(VR)·인공지능(AI)기반 ADHD 진단 및 치료제 ▲사물인터넷(IoT)·AI 기반 깔창형 당뇨발 진단 및 치료제 ▲VR·AI 기반 우울증 진단 및 치료제 등이다.

히포티앤씨의 특장점은 AI 전문가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등 각 분야 의학전문가가 공동 창업하고 개발에 참여 중인 기업이라는 점이다.

정태명 교수는 히포티앤씨 대표이사를, 김문현 교수는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정 교수는 확보한 연구개발비를 기반으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인력도 계속 확충하고 있다. 그는 해외 유명 디지털치료제 기업과 맞붙겠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정 교수는 "ADHD 디지털치료제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아킬리인터랙티브가 경쟁사다"며 "아킬리인터랙티브는 치료제만 제공하지만 히포티앤씨는 치료뿐만 아니라 VR을 이용한 진단과 AI 분석을 통해 치료경과를 피드백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 ADHD 디지털치료제 현황과 차이점을 분석한 표 / 히포티앤씨
해외 ADHD 디지털치료제 현황과 차이점을 분석한 표 / 히포티앤씨
직접 VR 장비를 장착하고 ‘ADHD’ 진단을 체험해봤다. VR게임을 하는 것처럼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AI를 활용해 ADHD의 정도와 특성을 분석해준다. 게임이 끝난 후 바로 결과지를 바로 받아볼 수 있다. 다행히 ‘정상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계획표짜기, 책가방싸기 등 비교적 단순한 과제로 게임 콘텐츠를 구성해서 어렵지 않게 느껴졌지만, 실제 ADHD 아동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과제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다만, 아직은 임상 데이터가 부족해 진단의 정확도가 높지 않다. 향후 병원과 협렵을 통해 임상 데이터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히포티앤씨는 생체, 활동, 대화 등 다중복합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우울증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의료진과 연계해 고위험군과 자살가능성 환자를 집중 관리하고 생활코칭, 대화상담, 모바일게임 등과 약물치료를 병행해 치료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당뇨발(당뇨병 족부궤양)의 진단을 위한 깔창형 당뇨발 디지털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깔창을 통해 수집한 5종의 데이터를 모바일 앱을 통해 플랫폼에 전달하고 플랫폼에서 학습된 AI모델을 이용해 상태를 분석하고 의사에게 전송한다. 향후 척추측만증이나 자세교정서비스 등으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밖에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AI로 학습한 모델로 피부질환을 분석하는 디지털치료제도 개발 예정이다.

디지털치료제에 꽂힌 이유?

정 교수가 디지털치료제에 꽂힌 이유는 시장 성장 기대감도 컸지만, SW 기술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직에 오래 몸담은 만큼 젊은이들이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남 일 같지 않았다.

히포티앤씨 주주들은 향후 디지털치료제 수익의 20%를 해당 질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ADHD 치료제로 10억원을 벌면 2억원은 ADHD 환자를 위해 기부하는 셈이다.

정 교수는 "회사가 성장해 돈을 많이 벌게 된 다음에는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미리 주주총회를 통해 해당 내용을 합의했다"며 "다양한 질병이 SW 기술로 치료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벌써 벤처투자사(VC)와 제약회사 등에서 알음알음 연락이 올 정도로 디지털치료제 전망이 밝다"며 "한국에서 개발하고 미국에서 FDA승인을 받아 북미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2020년 21억달러(2조5000억원)에서 2025년까지 69억달러(8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