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 전화번호 거래는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중에선 수백만원을 호가한다는 평가를 받는 전화번호를 사고 파는 이들이 있다. 거래 시도가 불법인 데다 이동통신사 시스템상 번호 명의변경이 불가하다 보니 거래에 따른 추가 피해 우려가 크다.

개인 거래자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골드번호를 사고파는 게시글을 올린 모습 / 중고거래 플랫폼 갈무리
개인 거래자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골드번호를 사고파는 게시글을 올린 모습 / 중고거래 플랫폼 갈무리
14일 이동통신 업계와 중고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개인이 유·무선 전화번호를 거래하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조합이 간단하거나 외우기 쉬운 이른바 골드번호를 사고파는 행위다. 휴대폰 번호의 경우 끝 네 자리가 같거나 연속적으로 0이 들어가 외우기 쉬운 번호 등이 골드번호에 속한다.

골드번호 거래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번호 매매를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번호 매매 중개 사이트를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개인 간 번호 판매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는 가족 관계거나 법인 등 예외사항인 경우에만 번호 명의변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간에 골드번호를 거래하려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 IT조선 취재 결과 이들은 주로 중고거래 플랫폼을 활용했다. 직접 자신의 골드번호 유형을 소개하며 팔거나, 원하는 번호 유형을 제시하며 사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는 식이다. 일부는 네 자리가 같은 번호를 판다며 이를 지칭하는 포커번호를 언급하기도 했다. 유선번호는 법 제재 대상이 아니라며 합법 판매를 주장하는 이도 있다.

거래액은 골드번호 유형에 따라 달랐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가격 차이가 있었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포커번호를 파는 이는 700만원대 판매가를 내놨다. 한 거래자는 SK텔레콤 골드번호를 구한다며 1000만원까지 가격을 제시했다.

일부 이통사 대리점과 콜센터에선 우회 방식으로 개인 간에 번호 명의변경을 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대리점 직원은 "가족이거나 소속된 법인 회사 번호여야만 명의변경이 가능하다"며 "번호를 소유한 이가 해지한 후 한 달간은 아무도 사용할 수 없지만 이후에는 가용 번호가 되니 그때 날짜를 맞춰 신규로 해당 번호를 얻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골드번호 유형 / SK텔레콤
휴대폰 골드번호 유형 / SK텔레콤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법에서 정한 예외사항을 제외하면 유·무선 번호 거래가 불법이며, 시도 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무선과 유선 구분 없이 모든 매매는 금지 사항이다"며 "가족 간이거나 특수 경우에만 가능한데, 모르는 사람 사이에 번호 명의변경을 하는 것은 (이통사 전산에서 처리가 불가해) 시도 자체가 안된다"고 말했다.

판매 현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우회 변경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만약 골드번호가 해지되면 한달 후 풀리는 게 아니라 다음 번 추첨 대상으로 해당 번호가 들어가게 된다"며 "대리점에서는 해당 번호를 이용해 단말기를 개통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통사는 현재 한해 두 번 응모자를 대상으로 골드번호 추첨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골드번호 거래 자체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의변경 시도가 불가한 만큼, 자칫 거래를 했다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개인 간 전화번호 거래가 최근 발생한 것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법 체계상 전화번호 거래 게시글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왔다면, 플랫폼 사업자에게 해당 글이 게시되지 않도록 제한 명령을 해야 한다"며 "(시중에 최근 벌어진 거래 행위와 관련해서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 간 전화번호 판매 행위를 한 자에게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번호 판매글이 올라오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는 게시 제한 명령이 가해지고, 만일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