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광고를 통해 과거 고객사였던 애플 저격에 나섰다.

애플은 맥북 등 PC 제품에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했지만, 2020년부터 자체 개발한 SoC(메모리·CPU·GPU 등이 한데 담긴 칩)인 M1칩을 탑재하며 인텔과 결별했다.

애플은 최근 제조공정 분야에서 경쟁사에 밀린다는 지적을 받는데, 광고를 통해 전 고객사인 애플을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광고를 내세웠다.

최근 공개된 인텔의 광고에는 M1칩 기반 맥북과 인텔 i7 기반 갤럭시북을 각각 사용하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광고에서는 맥북에 비해 우수한 갤럭시북이 강조된다. 광고속 갤럭시북은 11.5㎜의 얇은 두께와 5G 통신 지원, 와이파이 6E 기능 등을 갖췄다. 반면 맥북은 갤럭시북에 비해 두껍고 5G를 지원하지 않는 등 느린 속도를 낸다.

맥북과 갤럭시북을 비교하는 인텔의 네거티브 광고 / 인텔 광고 영상 갈무리
맥북과 갤럭시북을 비교하는 인텔의 네거티브 광고 / 인텔 광고 영상 갈무리
인텔의 이번 광고가 최근 인텔이 고민 중인 부진한 기술력 만회를 위한 노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CPU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달려왔지만, 제조 공정 등 측면에서 경쟁사에 밀린다. 인텔은 현재 10㎚(나노미터) 공정 기반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사와 비교해 2년쯤 뒤쳐진 공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경우 5㎚의 초미세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고, 삼성전자는 3㎚ 상용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2020년 인텔 주식 10억달러어치(1조1200억원)를 매입하며 "삼성전자와 TSMC는 5㎚ 초미세공정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인텔은 CPU 2위사인 AMD가 TSMC를 통해 생산하는 7㎚ 반도체조차 아직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텔 프로세서 패키지 / 인텔
인텔 프로세서 패키지 / 인텔
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단말에 채택됐던 SoC가 PC 시장을 넘보고 있는 점도 인텔의 위기 지점 중 하나다. 애플의 M1칩은 태블릿인 아이패드뿐 아니라 맥북·아이맥과 같은 PC 제품에도 탑재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 점유율 1위인 퀄컴은 스냅드래곤도 8cx 프로세서로 PC 시장 영역을 확장한다. 2019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북S에도 스냅드래곤 8cx가 들어갔다.

인텔은 3월 진행한 온라인 행사에서 2023년까지 7㎚ 공정 기반 차세대 프로세서 '메테오 레이크'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애플보다 더 좋은 제품을 PC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영선 기자 0s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