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이 법안 발의를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법무부에서 법안 관련 이견을 제시한 탓이다. 부처 간 이견이 있으면 국무회의 상정이 어렵기 때문에 상반기 국회 법안 제출을 목표로 달려왔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설명자료 이미지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설명자료 이미지 / 개인정보위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IT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는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이하 개정안)에 이견을 제시했다. 상반기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개인정보위는 상반기 내 개정안 통과를 2021년 업무계획에서 밝힌 바 있다.

개인정보위는 1월 입법예고 후 2월 공청회를 열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했다. 규제개혁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6월 중 국무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일부 조항을 두고 업계의 반발이 크긴 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끝나고 법안 발의를 마무리 짓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법무부에서 이견이 있다며 법안 발의에 제동을 건 것이다.

데이터 거버넌스 충돌 등 다른 부처와는 이견을 거의 조정한 후였기 때문에 개인정보위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공식 문서를 기다리는 중이다"며 "부처 간 이견이 있으면 차관회의에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6월)국회 제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측은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법안을 검토한 후 의견을 전달한 것일 뿐 뒤늦게 법안에 제동을 거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총 10개쯤의 조항에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법무심의관실 관계자는 "개인정보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인데, 개정안에 개인정보 동의권을 형해화하는 조항들이 많아 검토 의견을 정리해 오늘(14일) 중으로 보낼 예정이다"며 "현행법이 더 두텁게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거나, 개인정보처리자(기업)의 영업적 편익에 치우친 부분 등 문제 소지가 있는 조항들이 있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형벌을 경제벌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의 실효성은 함부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의견을 개인정보위에 전했고, 개인정보위가 형벌조항을 그대로 두고 과징금 조항을 추가하는 형태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여기엔 의견이 없다"며 "일부 개정안이지만 내용이 워낙 방대해 전부 개정안 수준에 가까워 TF까지 만들어서 검토했음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는 2020년 12월부터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 추진을 시작했다. 2월 온라인 공청회를 열어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했다. 규제개혁심사위원회 심사도 통과했지만 산업계의 반발이 6개월째 이어진다. / IT조선
개인정보위는 2020년 12월부터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 추진을 시작했다. 2월 온라인 공청회를 열어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했다. 규제개혁심사위원회 심사도 통과했지만 산업계의 반발이 6개월째 이어진다. / IT조선
개인정보위는 법무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법안 제출 시기는 하반기로 늦춰질 전망이다. 2020년 12월 23일 2차 개정안 추진을 발표한 후 1월부터 입법예고와 온라인 공정회 등 절차를 거친 후 6월 국무회의 의결을 기대했지만,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IT업계 반발도 여전

개정안을 둘러싼 IT업계의 반발도 사그라지지 않는다. 과징금 조항 때문이다. 개인정보위는 과징금의 부과 기준을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에서 전체 매출액의 3%이하로 상향하고자 하는데, 업계에서는 과도한 제재라는 우려를 표한다. 개인정보위는 반복적으로 법을 어겼을 때 3%며, 위반행위 기준으로 하면 과징금 산출이 어렵기 때문에 수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10일 인터넷기업협회를 비롯해 11개 단체는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과징금 규정을 ‘전체’ 매출액 기준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위반행위로 인한 경제적 부당이득의 환수'라는 과징금의 기본원칙을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분쟁조정위원회에 강제적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분쟁조정의 취지를 벗어나며,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도입시 기업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봤다. 설비 및 비용 투입으로 인한 중소·벤처기업의 막대한 부담도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영 의원(국민의힘)은 개인정보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의 기준을 '전체 매출'이 아닌 '위반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행정벌 비례 원칙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에 대한 시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기술경영전문대학원)는 "과징금 조항과 관련한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반복적 위반 시 3%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면, 처음부터 하한 기준 자체를 낮춰 명시하는 것이 기업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고 제언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