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5월 20일 출시한 트릭스터M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높은 완성도에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흥행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개발사인 엔트리브소프트(이하 엔트리브)가 트릭스터M을 바탕으로 오랜 적자 상태를 탈피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이룰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은다.

출시와 동시 모바일 게임 신흥강자 급부상

14일 업계에 따르면 트릭스터M은 출시와 동시에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을 휩쓸며 모바일 게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트릭스터M은 엔트리브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서비스했던 ‘트릭스터 온라인’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이다. 원작의 ‘드릴 액션’과 2D 도트 그래픽을 그대로 살리면서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 시스템을 접목했다.

트릭스터M은 사전 예약자가 5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이미 흥행을 예고했다. 서비스 시작 하루 만에 양대 마켓인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게임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6월에도 구글플레이 매출 8위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모바일 게임 랭킹 차트에서도 트릭스터M은 통합 랭킹 6위에 올랐다.

8년간 적자 누적...엔씨의 ‘아픈 손가락’

사실 트릭스터M 개발사인 엔트리브는 오랫동안 엔씨스포트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흥행은 의미가 깊다. 엔트리브는 스포츠 장르에 특화된 회사다. ‘프로야구 매니저’, ‘팡야’ 등 히트작을 가지고 있다.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2012년 총 1085억원을 내고 엔트리브 지분 76%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엔트리브가 8년간 적자를 이어가면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엔씨에 인수된 이후 별다른 신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적자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7년 모바일 게임 ‘프로야구 H2’가 좋은 성적을 내며 실적 개선을 노렸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2018년 매출 6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엔씨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유상증자로 67억원을 조달하며 자금 수혈에 나섰지만 재무 건정성을 확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엔트리브가 2017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9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엔씨가 ‘감자 후 증자’라는 극약처방은 내렸지만 이 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증권가, 월 매출 3억원 예상...7년래 3분기 최대 매출 기대

최근까지 이어진 실적도 좋지 못하다. 지난해 엔트리브의 매출은 47억원으로 전년대비 24.2% 감소했다. 영업적자와 순손실 모두 73억원으로 전년보다 70%(30억원) 악화됐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당기순손실 규모는 무려 517억원이다. 그만큼 트릭스터M의 흥행이 절실한 상황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트릭스터M의 일 매출은 약 3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월 매출 최대 90억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2016년 이후 연간 매출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3분기 기준 7년래 최대 매출을 기대볼만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총 자본금이 마이너스(-) 15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트릭스터M의 매출이 재무 안정에 영향을 미치려면 흥행이 더욱 지속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엔씨 관계자는 "엔트리브는 2017년 신작을 마지막으로 출시하면서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올해 상반기에 출시한 ‘프로야구 H3’와 트릭스터M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경영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격적인 경영 성과는 3분기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