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시험기관에서 발급하지 않은 시험성적서를 통해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를 받은 업체들이 전파법 위반으로 처분을 받았다. 정부는 향후 이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제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국내외 378개 업체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받은 방송통신기자재 총 1696건의 적합성평가를 취소한다고 17일 밝혔다.

과기정통부 현판 /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 현판 /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는 378개 업체가 제출한 시험 성적서가 한국 정부(국립전파연구원)의 지정을 받지 않은 중국 등에 있는 시험 기관에서 발급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적합성평가 결과를 상호 인정하는 한미 간 상호인정협정(MRA)에 따라 미국 정부가 지정한 미 시험기관에서 발급된 것으로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 이같은 처분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 위조 정황을 최초로 제보받고 미국의 시험기관을 지정, 관리하는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협조하에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그해 11월부터 6개월간 위반 업체의 행정처분 사전통지와 청문 등의 행정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정되지 않은 시험기관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로 적합성평가를 받는 것은 전파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시험기관명을 위조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적합성평가를 받았을 때 해당 적합성평가는 취소 대상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전파법에 따라 취소 처분을 받은 업체는 취소된 날로부터 1년간 해당 기자재의 적합성평가를 받을 수 없다. 적합성평가를 받기 전까지 해당 기자재를 제조하거나 수입해 판매할 수도 없다. 적합성평가가 취소된 기자재는 유통망에서 수거된다.

과기정통부는 적발된 378개 업체를 대상으로 업무처리 절차 개선명령을 부과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병행했다고 밝혔다. 적합성평가 위조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상호인정협정 체결국과 해외 시험성적서 검증 절차도 강화한다. 시험성적서 위조 행위를 두고 경제·형사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적합성평가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민이 안심하고 방송통신기자재를 이용하는 데 있어 적합성평가 제도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에 시험성적서 위조는 심각한 사안이다"며 "전파 환경 안전을 위협하고 국민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령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