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㉕카페 메뉴의 블렌딩 매력

신혜경 칼럼니스트
입력 2021.06.18 06:00
고급 아라비카 커피는 일반적으로 단종으로 즐기는 것이 보통이지만, 원두의 품종과 원산지, 가공방법이 다른 커피를 혼합하여 새로운 맛과 향미를 가진 커피를 만들어 전문커피점 간의 차별화된 맛을 간직하게 된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원두를 적절하게 섞어 균형잡힌 맛과 향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커피 블렌딩(Coffee Blending)이라고 한다. 단종(單種) 커피의 단점을 보완하여 새로운 향미의 특성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블렌딩하기도 하고 그 해 부족한 물량을 다른 생콩으로 대체할 때에도 블렌딩을 이용한다. 또한 질이 떨어지는 커피도 블렌딩을 통하여 근사한 풍미를 가진 커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커피의 맛과 향기는 원산지, 재배환경, 수확 과정, 가공 과정, 저장 및 배송 상태 등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최근에는 뛰어난 맛과 향기를 가진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기 위하여 커피 생산지역 현지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가공 기술을 개발하여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단종으로도 뛰어난 맛을 내는 생콩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하여 단종으로 메뉴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생콩은 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여전히 블렌딩을 통하여 맛을 내는 업체들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커피 블렌딩은 향기와 맛의 특성이 다른 종류의 커피생콩을 섞어서 새로운 맛과 향미를 만들어내는 기술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커피생콩의 향미와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커피는 품종에 따라 맛과 향기가 매우 다르므로 품종에서 비롯되는 향미의 차이부터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어떠한 방법으로 수확·가공되었는지에 따라 향미가 달라지므로 블렌딩을 할 때에는 사용하는 콩이 어떻게 가공되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커피의 품종은 식물학적으로 ‘아라비카’, ‘카네포라’, ‘리베리카’, ‘엑셀사’로 나뉜다. ‘아라비카’ 종(Species)은 에티오피아와 예멘의 해발고도 1,300m에서 2,000m 사이의 고지대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맛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현재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카네포라’ 종은 대부분 로부스타 커피이다. 해발고도 1,000m 이하의 저지대에서 재배되고 있고, 맛은 대체로 탁하고 거친 편이다. ‘리베리카’ 종은 적도 아프리카와 말레이시아의 저지대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나무가 10m 이상까지 높이 자라 재배하기 힘들어 생산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과육이 두꺼워 맛이 텁텁하다. ‘엑셀사’ 종도 ‘리베리카’ 종과 유사한 특성이 있다. 주로 중서부 아프리카와 베트남의 낮은 고도에서 자라는데 현재 세계 커피 생산량의 1~2%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아라비카’ 종(Species)의 품종(Variety)은 크게 에티오피아(Ethiopia)계와 예멘(Yemen)계로 나뉜다. 에티오피아 계의 커피생콩은 지역마다 재배하는 품종이 다양하여 공통적으로 분류하고 구분하기가 어렵다.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를 기준으로 동서남북에 있는 지역의 커피 맛이 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반면, 예멘계의 커피생콩은 크게 ‘티피카(Typica)’와 ’버번(Bourbon)’ 종으로 구분하여 분류할 수 있다. 이 두 품종을 기반으로 교배하거나 변종 시켜 다양한 교배종이나 복합종을 파생시킨다. 따라서 아라비카의 예멘계의 교배종은 품종의 근원이자 조상격인 티피카와 버번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낸다. 그러므로 교배종의 향미는 그 뿌리를 역추하여 근원을 살펴보면, 해당 커피생콩의 특성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티피카’ 품종의 커피생콩은 크고 긴 타원형의 모양을 나타낸다. 각종 질병이나 해충에 약하여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콩으로 콜롬비아, 파푸아뉴기니,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커피 등을 들 수 있다. 대체로 거칠고 구수하며 탁하고 강한 후미를 나타낸다. 따라서 ‘티피카’ 품종의 생콩을 블렌딩하면 탁하고 거칠지만 구수함을 뒷받침할 수 있는 커피를 창출해 낼 수 있다.

반면, ‘버번’ 품종의 커피생콩은 ‘티피카’ 품종에 비해 동그랗고 통실한 모양을 띄고 있다. 커피 질병이나 해충에 비교적 민감한 편이나 단맛을 더 내는 특성이 있다. 대표적인 생콩으로 중미 지역의 커피와 케냐, 탄자니아 커피 등을 들 수 있다 ‘버번’ 품종의 생콩을 블렌딩에 사용하면 전반적인 단맛이 뒷받침되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상큼한 신맛까지 더해지면 아주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커피 블렌딩을 할 때 표준적으로 정해져 있는 규칙은 없다. 블렌딩하는 목적, 즉 어떤 커피 맛과 향미를 구현하고자 하는지에 따라 블렌딩할 생콩을 선택하고 비율을 정하면 된다. 이를테면 먼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음료를 만들기 위해 블렌딩하는 것인지, 따뜻한 카페라떼용 음료를 위하여 블렌딩하는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구체적인 맛을 계획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도 계절에 따라 여름용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청량감을 높일 수 있도록 진하고 구수한 맛에 밝은 산미를 추가할 수 있고, 겨울용 아메리카노는 산미를 제거하여 청량감보다는 진하고 구수한 맛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정하면, 목표에 맞게 커피맛의 특성을 고려하여 커피생콩을 결정하고 블렌딩할 비율을 결정하면 된다. 즉, 진하고 구수하며 밝은 산미가 가미되어 청량감을 주는 여름용 아이스아메리카노 커피를 만들려면, 진하고 구수한 맛을 위해 티피카 계열의 커피를 많은 비율(70~80% 정도)을 차지하게 하고 밝은 산미와 기분 좋은 상큼함을 주는 버번계 커피(20~30% 정도)를 섞으면 좋을 것이다.

만일 고소하고 우유의 단맛이 살아있는 라떼를 만들고자 한다면, 버번계의 커피를 많은 비율로 섞어 단맛을 띄게 하고 티피카계 커피를 조금 넣어 고소함까지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 단, 라떼용은 로스팅을 강하지 않게 하여 단맛이 살아있게 하고 우유 스티밍도 50~60°C 사이에서 마무리하여 우유의 단맛까지 부각되도록 한다.

커피 블렌딩은 자신의 커피 맛을 창출하는 것이므로 커피 교육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마스터해야 하는 단계이다. 레시피대로 음료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카페의 인테리어, 분위기, 온도, 느낌 등의 외부 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커피 맛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커피 블렌딩 기술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커피끼리 블렌딩하는 것에 더 나아가 커피에 차(Tea)를 섞거나 커피와 칵테일을 접목하는 블렌딩을 하기도 한다. 또한 커피에 허브나 말린 과일을 첨가하여 허브향이나 과일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커피도 만들고 있다. 사과나 열대과일이 첨가된 허브를 커피에 소량 추가하여 커피를 추출해보면 상큼하고 달콤한 사과향이나 열대과일의 풍미가 살아있는 기분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왼쪽은 사과와 허브가 들어있는 드립백커피, 오른쪽은 열대과일과 히비스커스가 들어있는 드립백커피
또한 최근에는 커피 외에도 열대과일과 차를 혼합한 수제 청량음료들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커피전문점도 많이 있다. 여름을 겨냥하여 여러 가지 과일이 첨가된 허브에 시럽을 넣어 만든 진한 농축액에 커피나 탄산수 등을 혼합한 음료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커피 속의 카페인 등에 민감한 고객을 위하여 허브나 대용차를 활용한 음료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차전문점 ‘티팔레트’의 고지연 대표는 "열대과일이 첨가된 블렌딩 티에 시럽을 첨가하여 미리 진하게 농축원액을 만들어 둔 후 이를 다양한 음료제조에 활용한다"고 한다, 즉 미리 만들어 둔 블렌딩 티 시럽에 다양한 부가 재료를 더하면 계속 새로운 메뉴를 탄생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티팔레트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블렌딩 티의 농축원액
필자도 이러한 블렌딩 티 농축원액을 응용하여 새로운 아이스티 두 가지를 출시하여 봤는데 고객 반응이 상당히 좋다. 이 농축원액을 이용하면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어서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왼쪽은 애플 블렌딩 티 농축원액에 레몬청과 탄산수를 더하여 만든 음료이고, 오른쪽은 붉은 색 열대과일 블렌딩 티 농축원액에 자몽청과 탄산수를 더하여 만든 음료(젬인브라운 메뉴 참조)
고객의 선호도에 따라 커피 블렌딩을 응용한 커피와 차를 블렌딩하거나 블렌딩 티 농축원액을 이용하여 계속 새로운 음료를 만들 수 있다. 커피뿐 아니라 차(tea)나 칵테일 등과의 블렌딩을 통하여 무한대로 새로운 메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커피 블렌딩 작업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한 것으로 생각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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