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훼방꾼 中, 인텔 낸드 품는 SK하이닉스는?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6.18 06:00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와 관련해 미국, 유럽, 대만, 한국 등 4개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인수 작업이 7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그동안 대형 반도체 인수합병(M&A)을 여러 차례 방해하거나 지연시킨 전례가 있다. 미중갈등이 심화한 시기에 중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에도 훼방을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주요국 승인 심사를 연내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김앤장(K&C)을 비롯해 글로벌 로펌 중 인수합병 분야 강자로 꼽히는 미국 스캐든압스슬레이트미거앤드플롬과 중국 팡다 파트너스 등을 법률자문사로 구성했다.

SK하이닉스 M14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반도체 기업의 M&A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8개 당국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기업결합이 완료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유럽, 대만, 한국에서 승인을 받았고, 중국·영국·싱가포르·브라질 등 4개국에서는 심의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기업 M&A에 대한 심사를 고의로 지연해 무산시킨 사례가 적잖다. 3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일본 반도체 기업 고쿠사이일렉트릭이 체결한 22억달러(2조5000억원) 규모의 M&A는 9개월 심사 지연 끝에 무산됐다.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의 인수도 중국의 심사 지연으로 2018년 7월 무산됐다. 퀄컴은 투자자 보상 차원에서 300억달러(34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했고, 20억달러의 위약금도 물었다.

올해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인수를 놓고도 중국 당국의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와 달리 중국이 순탄하게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 건을 승인해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차질 없이 인수 작업을 완료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SK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독과점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아 중국 외에도 다수 반독점 당국이 반대하는 사안이다"라며 "인텔 낸드 부문 인수는 반대 목소리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이 반대할 명분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엔비디아의 ARM 인수 건은 중국뿐 아니라 각국 기업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퀄컴은 2월 경쟁 업체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한 반대의견을 주요국 반독점 당국에 전달한 바 있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ARM 기술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면서 다른 업체들이 ARM의 지적재산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는 독점 우려가 적다는 점에서 중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의 승인은 순조로울 것으로 관측된다. 낸드 시장 4위 SK하이닉스와 5위 인텔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20% 수준으로 1위 삼성전자(33.5%)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인수가 한국기업 SK하이닉스의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도 미국 기업이 추진한 과거 M&A와 결이 다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법률 자문은 중국 규제당국에 중국 현지에서 고용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에 대규모 D램 공장을 건설했고,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충북 청주 팹 파운드리 설비를 우시 공장으로 이전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설령 중국이 SK하이닉스와 인텔 낸드 M&A를 무산시키더라도 미국이 정치·산업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며 "중국이 명분 없는 어깃장을 놓을 경우 미국으로부터 더 큰 보복 조치를 당할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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