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처음으로 네이버 시총을 앞질렀다가 하루만에 네이버에 3위를 내줬다. 이어 17일 카카오는 다시 네이버를 제치고 3위를 탈환했다. 두 IT포털 기업이 몇일 새 시총 3위를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가 그려진다.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시가총액 경쟁은 두 덩치 큰 IT 기업 간 격전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조선DB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조선DB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65조원을 돌파했다. 시총 63조9806억원인 네이버를 약 1조7000억원 앞지르며 시총 3위를 차지한 것이다. 두 거대 포털 기업은 며칠 새 시총 3위를 두고 하루 단위로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는 모양새다.

삼성SDS 사원서 출발 … 이해진·김범수 경쟁 새 국면

29년 전 삼성SDS 신입사원으로 함께 출발했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끄는 두 기업 간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두 기업은 각각 검색 서비스와 메신저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커머스·금융·콘텐츠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검색 포털 사이트와 메신저라는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신사업 진출을 통해 사업 영역 확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두드러진 실적 상승으로 주목받은 것은 오래지 않았다. 네이버는 2018년에는 매 분기 광고 매출액이 전년 대비 꾸준히 하락세를 지속했다. 뉴스 콘텐츠 외에는 별다른 매력적 플랫폼 유입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네이버가 최대 주주인 라인에서 상당한 양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어 비용 출혈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깊었다.

이런 시장 우려에 대한 반전은 2019년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먼저 네이버 쇼핑의 이용률이 높아졌다. 업계는 당시 네이버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와 판매자 연결을 확대하는 기능을 도입해 네이버쇼핑 이용자 확대에 힘쓴 영향으로 분석했다. 이어 2020년 2분기 네이버는 최대 매출(1조9025억원)을 기록했다고 알린다. 네이버는 2020년 2분기 실적 콘퍼런스에서 중소상공인(SME)를 기반으로 한 네이버쇼핑 이용이 늘어나고, 플러스 멤버십 도입이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엇비슷하다. 다음과 합병 이후 여러 서비스를 내놨지만 카카오톡 외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활성 이용자는 많았지만, 이를 통해 직접적 광고 수익은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2018년 연간 매출 2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면서 반전했다. 비즈보드(채팅방 목록 상단광고)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였다. ‘국민 메신저'의 아성을 적극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크게 거슬리지 않는 광고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카오는 2018년 5월 베타 서비스로 이용자 반응을 지켜본 뒤 같은 해 10월 오픈 베타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톡보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광고주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2020년 기준 비즈보드 광고주는 1만2000곳을 돌파했다. 이에 카카오는 올해 비즈보드 지면을 확대하는 동시에 다른 광고상품이 노출됐던 지면도 비즈 보드로 통합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신사업 격전지, 중심은 ‘웹툰'

네이버와 카카오의 새 격전지는 콘텐츠다. 두 기업 모두 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 확보와 플랫폼을 채우는 콘텐츠 생산력 확보를 위해 힘을 쓰고 있다.

특히 웹툰은 두 기업이 가장 공들이는 영역으로 꼽힌다. 작가 원고료와 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생산에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영상화 과정에서 높은 가격에 판권을 판매해 부가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다. ‘가성비'가 뛰어난 셈이다.

또 미국, 멕시코, 프랑스 등 주요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로도 부상하면서 잠재력도 높아졌다. 웹툰은 한국이 독자 개발한 세로형 만화 콘텐츠로, 종주국인 한국 웹툰에 대한 북미 일본의 시장 반응도 확인되고 있어 더 넓은 시장에서의 잠재력도 높게 평가된다.

웹툰을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시킨 역할은 네이버가 먼저다. 2012년 네이버가 미국 시장에서 ‘타파스틱'(현재 타파스)라는 웹툰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한국 웹툰을 번역해 미국에 소개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카카오도 해외 플랫폼과 제휴하거나 직접 진출을 통해 산업 육성을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는 미국, 카카오는 일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두 기업은 더 많은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는 웹 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로 북미 영향력 굳히기에 머무르지 않고 동남아와 유럽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 또한 북미는 물론, 유럽과 중화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가 주요 격전지로 부상했다. 카카오가 지난 11일 "카카오 웹툰이 태국과 대만 시장 앱 마켓에서 만화 앱 부분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네이버는 즉각 이는 앱 다운로드 기준이라고 지적하면서, "네이버웹툰은 지난 5월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에서 ‘사용자 수'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라인을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에 선진출한 상태인데, 런칭효과를 배제하고 실제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카카오가 1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기업 모두가 웹툰을 승부수로 삼으면서 ‘신경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는 콘텐츠 생산 역량에서 카카오가 약간 앞선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최근 웹툰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생산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카카오가 국내에서 오랜 생산 역량을 갖춘 주요 CP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웹툰 해외 진출 방식은 국내 인기작들을 번역해 해외 플랫폼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시장 초기부터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CP사 상당수에 직접 투자 관계를 맺어왔다. 안정적 콘텐츠 생산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