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대중화 원년을 맞았지만, 대형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의 선행 투자가 기대 만큼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는 OLED TV 수요에 적기 대응하는 데 곤란을 겪고, 사실상 무주공산인 대형 OLED 시장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0년 365만대 수준인 OLED TV 출하량은 올해 60%쯤 증가한 580만대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OTT, 게임 등 고화질 콘텐츠를 프리미엄 TV에서 즐기려는 펜트업 수요가 늘어선 결과물이다. LG전자의 1분기 OLED TV 출하량은 79만대를 기록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수량이 116% 늘었다. LG전자는 올해 OLED TV 판매 목표를 지난해(204만대) 두 배인 400만대 이상으로 잡았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지속 성장하는 OLED TV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파주와 중국 광저우에서 대형 OLED ‘투트랙’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2020년 7월 유리원판 기준 월 6만장 규모의 광저우 8.5세대 (2200×2500㎜) OLED 패널 공장은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기존 파주 공장(월 8만장)을 포함하면 월 14만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연내 광저우에 월 3만장 규모 라인을 증설할 경우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생산 능력은 1000만대까지 증가한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파주 10.5세대(2940㎜ x 3370㎜) OLED 패널 양산 일정을 기존 2022년에서 빨라도 2025년 이후로 연기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8.5세대 대비 패널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1월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10.5세대 OLED 투자 지연을 공식화했다. 당시 서동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5세대 OLED 라인은) 2023년 이후 본격 투자가 전개될 것으로 본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며 장비를 설치하고 가동 시점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10.5세대 공정은 한장의 원판에 65인치 패널 8장 또는 75인치 패널 6장을 만들 수 있다. 55인치와 65인치를 함께 생산할 경우 각각 3~4장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기존 8.5세대가 65인치 3장 또는 55인치 6장만 생산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더 저렴하고 빠르게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2021년형 LG 올레드 TV C시리즈 라인업 / LG전자
2021년형 LG 올레드 TV C시리즈 라인업 / LG전자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재무 상황을 우선 고려해 LCD 생산 연장을 결정했다. 업황이 긍정적인 상황에서 당장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버릴 이유가 없고, 부족한 현금 확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이는 장기적으로 오판이 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선행 투자로 과거 LCD 불황기에도 세계 패널 제조사 중 유일하게 조단위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처럼, LG디스플레이도 파주 10.5세대 OLED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했다면 양산 시점부터는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해 대형 OLED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OLED TV 판매단가 인하는 OLED 패널 생산량 증가와 관련이 깊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7월 광저우 8.5세대 공장에서 OLED 패널 추가 양산을 시작한 후 OLED TV 가격을 대폭 내렸다. 옴디아에 따르면, 65인치 OLED TV의 평균 판매단가(ASP)는 2018년 3399달러(385만원)에서 2019년 2589달러(293만원), 2020년 2345달러(266만원)로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파주 10.5세대 라인 가동이 빠를 수록 대형 OLED 패널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중국업체들이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하려면 최소 3년 이상 시간이 걸릴텐데 이 기간 동안 LG전자의 OLED TV 시장 장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10.5세대 라인 가동이 늦어지고 중국의 막대한 투자가 선행하면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BOE를 포함한 중국 기업이 대형 OLED 투자 검토에 돌입한 만큼 순식간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광저우 8.5세대 증설을 통해 대형 OLED 물량 확대에 따른 중단기 대응은 가능하다"며 "10.5세대 투자 시점을 앞당기는 문제는 향후 실적과 재무 상황에 따라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