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구글 인앱 결제 강제 금지 법안 통과 불발에 대비해 소비자 가격 인상안을 7월쯤부터 준비하기로 했다. 동시에 TF 조직을 꾸려 법안 통과를 위한 막바지 대응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관망세다. 네이버는 가격 인상을 위한 본격 준비에 돌입하거나, TF 구성을 통한 별도 대응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페이지 웹툰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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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보다 실 많은’ 카카오 대응 마련 분주 vs 네이버는 관망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 인앱결제와 관련해 카카오가 대응마련에 분주하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계류되어 있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법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카카오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7월부터 콘텐츠 소비자 가격 인상 준비를 시작할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글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가격 재조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를 대비해서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는 구글 인앱 결제 강제 금지 법안 통과에 주력한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 시행을 앞두고 업계가 매일 절규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플랫폼 대기업인 만큼 국내 콘텐츠 개발사와 스타트업의 편에서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는 인앱 결제 이슈에 조직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회 내 인앱결제강제금지법 통과를 지지하기 위해 별도 TF를 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TF 조직 존재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관망세다. 구글 인앱 결제 이슈에 별도 대응하는 TF 구성은 물론 가격 인상 논의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글 인앱 결제 강제에 따른 사업적 구조 변화를 내부에서 준비하면서 고민하고는 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구글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유료 콘텐츠 사업 범위가 넓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웹 소설과 웹툰 서비스뿐 아니라 카카오TV에서 공급하는 유료 콘텐츠도 많다"며 "카카오톡을 통해 제공하는 이모티콘도 구글 인앱 결제 정책이 실행되면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는 만큼 네이버보다 더 적극적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대 40% 인상 전망

업계에 따르면 구글 인앱 결제 강제에 따른 콘텐츠 소비자 가격 인상은 예상된 수순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 시리즈, 교보문고, 예스24를 대상으로 구글 인앱 결제가 미칠 영향을 조사한 결과 최저 20%에서 최고 40%까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앱 결제는 구글이 자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게임 앱에만 인앱 결제를 강제해왔지만 10월부터는 전체 디지털 콘텐츠 앱에 이를 확대 시행하고 수수료를 인상한다.

하지만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요원한 상태다. 국회에 관련 법이 상정돼 있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여야간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어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들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방송하는 TBS의 ‘감사청구권’ 상정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어 처리 안건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업계가 발만 구르는 이유다. 업계는 법안 통과 가능한 현실적 시점을 6월이 마지노선이라고 본다. 통상 7~8월은 법안소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9월부터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처리, 대선 이슈까지 겹쳐서 국회 문이 닫힐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카카오가 인상 카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경우, 카카오를 시작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콘텐츠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