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진퇴양난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의 국내 이사진 탈퇴와 덕평물류센터 화재, 소방관 순직 사건이 맞물리며 소비자 불만이 폭발했다. ‘쿠팡탈퇴' 러시가 활발히 펼쳐진다.

e커머스 경쟁사인 네이버와 신세계 등이 반쿠팡 정서의 호재를 만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의 쿠팡 이용률 하락이 시장 1위 사업자 네이버나 쓱닷컴 등의 거래액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 쿠팡
김범석 쿠팡inc 의장 / 쿠팡
소비자들의 ‘쿠팡탈퇴' 움직임은 17일 김범석 의장의 국내 쿠팡 이사진 사임 발표부터 시작됐다.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중 실종된 故김동식(52) 구조대장의 사망이 확인된 19일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당일 소셜네트워크에서는 17만건 이상의 ‘쿠팡탈퇴' 해시태그를 단 글이 올라왔다. 22일에도 쿠팡탈퇴 인증글과 탈퇴 방법 관련글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이번 쿠팡탈퇴 러시가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된 쿠팡의 노동환경과 기업 윤리 문제가 덕평물류센터 소방관 순직 화재 사고로 폭발했다는 시각이다.

쿠팡에서 지난 1년간 배송 및 물류업무로 사망한 노동자는 9명에 달했지만, 김범석 의장은 사과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고, 11일에는 해외시장 전념을 이유로 국내 쿠팡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이 2021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쿠팡 이탈을 가속시켰다는 분석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쿠팡의 신사업 쿠팡이츠에도 입점업체 점주 사망에 따라 시스템 문제가 제기되는 등 대형 악재가 겹치고 있다. MZ세대(1981~2010년생)을 중심으로 뚜렷해진 ‘가치소비'도 소비자들이 쿠팡에 등을 돌린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촉발된 쿠팡탈퇴 러시가 네이버와 신세계 SSG닷컴 등 e커머스 경쟁사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올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2020년도 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가 17%, 쿠팡이 13%,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 1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추락은 곧바로 네이버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단독 인수를 추진 중인 신세계 이마트에게도 쿠팡 이용률 하락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신선식품 부문에서 쿠팡 소비 수요를 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신세계 SSG닷컴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3%대로 알려졌다. 이베이 인수에 성공하면 쿠팡을 누르고 시장 점유율은 15%를 차지하게 된다. 쿠팡 거래액이 이번 악재로 하락할 경우 신세계 e커머스 진영 점유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 악재는 네이버는 물론, 네이버와 함께 반(反)쿠팡연대를 꾸렸던 신세계에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는 성장정체 만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연이은 악재는 올해 시장 1위를 노렸던 쿠팡에게 뼈아픈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