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의 2020년 적자가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2019년 866억원에서 209억원이 늘었다. 스노우 적자가 계속 누적되는 가운데, 계열 회사들과 해외법인 실적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네이버가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 스노우 / 스노우
네이버 스노우 / 스노우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노우의 2020년 적자는 1075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2017년 720억원, 2018년 609억원, 2019년 86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왔지만 영업적자가 1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투자 계열사들 실적도 좋지 않다. 스노우 100% 계열사인 화장품 회사 어뮤즈(AMUSE)는 2020년에도 순손실 42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순손실이 18억, 2019년에는 39억원을 기록했는데 손실 폭이 더 확대됐다. 어뮤즈는 스노우의 자금 수혈로 운영 자금을 충당하며 버티는 형태다. 스노우는 2020년 어뮤즈에 70억원을 지원했다.

스노우 계열사인 케이크도 2020년 3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케이크는 2020년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분사했다. 케이크는 영어회화 무료 교육 앱 출시 이후, 6월 기준 으로 구글 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 수 5000만회 이상을 기록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아직은 뚜렷한 수익성 확보 방안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2020년 자본잠식 1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케이크에 2021년 4월 46억원을 지원해 출혈을 메웠다.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자회사 네이버제트 또한 아직은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제트는 2020년 5월 스노우에서 분사한 이후 빅히트, YG 등으로부터 170억원쯤 투자를 이끌어냈지만 2020년 말 기준 178억원 자본잠식, 19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제페토는 세계 165개국에서 누적 이용자 2억명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보여, 단기간 성적으로 수익성을 판단하긴 어렵다"고 봤다.

2021년 스노우가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의 마케팅 출혈 경쟁도 지속돼 우려를 키운다. 크림은 구매한 신제품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보는 리셀 시장을 겨냥한 플랫폼이다. 크림은 후발 주자로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당 기간 무료 수수료, 무료 배송지 정책을 고수해왔다. 관련 정책으로 선두 플랫폼 지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지나친 비용 지출로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현지 법인도 나을게 없다. 스노우 홍콩 현지 법인인 SNOW China Limited는 2020년 162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매출은 0원이다. 2019년에도 27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786억원 자본잠식 상태이기도 하다. 다만 일본 현지 법인 매출이 70억원, 당기순이익이 6억6000만원을 기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2019년에는 일본 현지 법인도 4억9000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본 사업에서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스노우가 다음 사업으로 내걸었던 짧은 동영상(숏폼)은 아직 구체적 출시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스노우 신규 서비스는 ‘벤티’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전망이었다. 앞서 노우측은 벤티 서비스 관련 채용 공고를 내고 A스튜디오 부서에서 비디오 커뮤니티 서비스 멘티를 만들고 있다며 짧은 동영상을 관심사별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설명했다. 다만 스노우 관계자는 "구체적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노우는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지속해 선보이면서 성장성 있는 사업은 자회사로 분사하는 전략을 이어왔다. 밀레니얼 세대에 타깃을 맞춰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었다. 네이버가 직접 하기 어려운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나간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분사한 자회사들과 해외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 자본 잠식이 지속되고 있어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스노우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스노우가 다시 자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의 사업 운영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네이버 파이낸셜은 2021년 2월 100억원의 차입금을 스노우에 지원했다. 2020년 10월에도 스노우에 300억원을 지원해줬다. 이전에는 네이버로부터 제3자배정방식으로 (관련기사: 스노우 사활 건 네이버) 수천억대 자금을 수혈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스노우는 밀레니얼 겨냥한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펼치는 듯하지만, 화장품 회사나 영어 무료 앱 교육 서비스 등은 뚜렷한 밀레니얼 겨냥성과 연결짓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카카오톡 서비스가 그랬듯 새로운 시장과 세대를 겨냥한 사업을 만들어가는 사업 구조상 이를 우려 요인으로 볼 순 없다"며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과정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프트뱅크 등 외부 투자도 다수 유치한 상태로 투자 유치 문의도 잦다"며 "오히려 네이버가 외부 투자를 선별해서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