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위장 벌집계좌를 사용하는 불법 가상자산 거래소(이하 거래소)를 다수 적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이 확인된 일부 거래소에는 거래 중지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일부 적발된 거래소의 반발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금융위는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 등 법률 위반 소지가 있어 불법 업체 공개가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타인 명의를 이용해 집금계좌(벌집계좌)를 개설한 거래소를 다수 적발하고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거래소의 고객 예치금 먹튀를 예방하겠다고 전수조사에 나선지 2주 만이다.

집금계좌란 거래소가 이용자와 거래를 위해 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를 말한다. 위장계좌 개설은 특금법과 금융실명법상 불법이다. 금융사가 혹시 모를 리스크를 감안해 집금계좌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하자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는 위장계좌를 개설해 고객과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2주만에 무더기 적발…"먹튀 잡아라"

이번에 금융위가 적발한 사례 중 가장 흔한 건 대표이사 등 임직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고객 돈을 받은 경우다. 위장법인 계좌를 통해 예치금을 받거나 소형 로펌이 에스크로 계좌를 제공한 경우도 적발했다. 새로운 수법도 등장했다. 홈페이지에 나타나지 않지만 어플 등 모바일 거래 플랫폼 상에서 위장 계좌를 사용한 사례다. 금융위는 이들을 현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FIU 제도운영과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시작하고 강도 높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금법이 시행되는 9월까지 기획파산이나 기획해킹 등으로 거래소가 보관한 예치금 먹튀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3개월 간 불법 거래소 적발과 이용자 보호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불법 가상자산 거래소 적발은 ‘2021년 검사수탁기관 협의회’ 제1차 회의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앞서 6월 9일 1차 회의에서 거래소 위장계좌와 타인명의 집금계좌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거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계좌에 대해 금융거래를 거절하고 종료토록 했다. 당시 협의회에는 행정안전부·중소벤처기업부·관세청·우정사업본부·제주도청·금감원과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참여했다.

이후 협의회 소속 금융기관과 시중 은행 등은 전수조사에 착수, 위장계좌를 적발해 FIU에 보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기관을 통해 확보한 위장계좌 사용 정보를 거래소 컨설팅·실사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대조·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과정에서 거래소가 정보와 다른 내용의 계좌를 사용한다고 보고하거나, 고의로 계좌 사용 현황을 누락한 정황이 포착되는 경우 불법 소지가 높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소명절차를 거쳐 가상자산 사업자임을 확인하고, 이들 기업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정황을 발견한 경우 가상자산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계좌 거래 중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적발된 거래소 "소송으로 맞대응"

반면 일부 사업자들은 소명 과정에서 사용처를 밝히지 않거나 소송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나서 사후 조치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기관과 금융당국은 법집행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권한이 없다. 가상자산 사업자임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의심만으로 계좌 거래를 중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적발 건수와 업체명 공개도 어려워 불법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FIU 관계자는 "정부가 적발 결과를 공개할 경우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개인계좌를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특금법은 자금세탁과 관련한 내용의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공무원 모두 적용 대상이다.

자금세탁업무를 담당하는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금융거래내역은 영장이 있어야 볼 수 있다"며 "전체 적발 건수와 규모 등은 국회와 금융당국, 은행 등이 논의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없는 경우만 공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