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에서 인텔을 쫓는 AMD의 추격이 거세다. 노트북 시장에서도 4세대 라이젠 5000시리즈를 선보이고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인텔이 꺼내든 무기는 코드명 ‘타이거레이크-H(Tiger Lake-H)’ 기반 11세대 H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다.

앞서 선보인 H35 기반 11세대 프로세서는 이동성과 성능을 겸비한 초박형 초경량 노트북을 위한 제품이었다. 가장 최근 선보인 H45 기반 11세대 H시리즈 프로세서는 최대 8코어 16스레드의 구성과 최대 5.0㎓의 작동속도를 바탕으로 노트북에서 최상의 컴퓨팅 성능과 게이밍 퍼포먼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 탑재 샘플 노트북 / 최용석 기자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 탑재 샘플 노트북 / 최용석 기자
인텔의 11세대 H45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는 고성능을 추구하는 게이밍 노트북 및 전문가용 노트북 시장에서 경쟁사의 거센 추격을 막아내고 점유율 우위를 지켜낼 수 있을까. 11세대 H45시리즈 프로세서 중 최상위 모델인 11세대 ‘코어 i9-11980HK’ 프로세서를 탑재한 인텔의 샘플 노트북과 몇 가지 벤치마크 테스트를 통해 대략적인 성능을 확인했다.

인텔 로고가 선명하게 각인된 11세대 H45 시리즈 샘플 노트북은 정확한 모델명을 알 수는 없지만, MSI의 전문가용 고성능 노트북 ‘크리에이터’ 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한 제품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전형적인 게이밍 노트북과 비교해 냉각 구조를 강화하면서도 슬림한 외형과 디자인을 채택했다. 단순 게임보다는 콘텐츠 제작 전문가에게 어울릴 법한 모습이다. 실제로 인텔 11세대 H45시리즈의 주된 목표 사용자는 게이머뿐 아니라 사진이나 이미지, 영상 등을 다루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도 포함된다.

샘플 노트북에 탑재된 8코어 16스레드의 11세대 코어 i9-11980HK 프로세서의 주요 정보 / 최용석 기자
샘플 노트북에 탑재된 8코어 16스레드의 11세대 코어 i9-11980HK 프로세서의 주요 정보 / 최용석 기자
CPU는 최대 작동 속도가 5㎓를 넘는 것은 물론, 오버클럭까지 지원하는 인텔 11세대 코어 i9-11980HK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데스크톱과 마찬가지로 최대 8코어 16스레드 구성에 45와트(W)의 열설계전력으로, 기존 저전력 11세대 모바일 프로세서보다 전력 소모량은 많지만 그만큼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GPU는 엔비디아의 최신 지포스 30시리즈 중 하나인 지포스 RTX 3060을 탑재했다. 샘플 노트북의 기본이 되는 제품이 게임보다는 콘텐츠 작업에 더 적합한 디자인의 제품인 만큼, GPU도 하이엔드 게이밍 사양의 3070, 3080이 아닌 메인스트림-퍼포먼스 급이라 할 수 있는 3060을 탑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 11세대 H시리즈 프로세서의 주요 특징 / 인텔
인텔 11세대 H시리즈 프로세서의 주요 특징 / 인텔
우선 PC의 전반적인 성능을 파악할 수 있는 UL벤치마크의 ‘PC마크 10’을 통해 인텔 11세대 H45 시리즈의 성능을 확인했다. 인터넷 검색과 각종 문서 업무, 콘텐츠 제작 및 간단한 게임 성능까지 종합적인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비교 대상은 마찬가지로 최근 테스트를 통해 성능을 확인해 본 경쟁사의 최신·최상급 모바일 프로세서 ‘라이젠 9 5900HX’를 탑재한 AMD 노트북이다.

PC마크 10의 종합점수는 인텔 i9-11980HK가 7002점, 라이젠 9 5900HX가 7344점으로 경쟁사 제품이 좀 더 높게 나왔다. 그런데, 각 항목별 세부 점수가 흥미롭다. 세부 항목별 점수는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일부 항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인텔 i9-11980HK가 더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PC마크 10의 항목별 점수 비교. 콘텐츠 제작을 제외한 일반 PC 작업(에센셜)과 생산성(프로덕티비티)에서는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 / 최용석 기자
PC마크 10의 항목별 점수 비교. 콘텐츠 제작을 제외한 일반 PC 작업(에센셜)과 생산성(프로덕티비티)에서는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 / 최용석 기자
인터넷 검색과 프로그램 실행, 화상회의 등 가장 기본적인 PC 사용 성능을 테스트하는 ‘에센셜(Essentials)’ 항목과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등 문서 작업을 주로 하는 사무환경에서의 생산성을 확인하는 ‘프로덕티비티(Productivity)’ 항목에서는 인텔 i9-11980HK가 나은 모습을 보인다.

사진이나 렌더링 이미지, 영상 등을 다루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Digital Content Creation)’ 항목에서는 경쟁사의 라이젠 9 5900HX가 더 높은 점수가 나왔다. 종합 점수의 차이도 이 항목에서 나온 셈이다.

PC마크 10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 항목의 비디오 편집 점수 비교부문 갈무리 / 최용석 기자
PC마크 10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 항목의 비디오 편집 점수 비교부문 갈무리 / 최용석 기자
그런데, 사진 편집이나 렌더링 작업 성능은 라이젠 제품이 더 높게 나왔지만, 의외로 영상 편집(Video editing) 점수는 인텔 제품이 훨씬 높게 나온다. 좀 더 살펴보니,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들의 전반적인 프레임률(fps)이 인텔 제품이 더 높다.

즉, 같은 영상 파일을 작업하더라도 영상의 탐색, 이동 등에서 인텔 11세대 프로세서가 좀 더 부드럽고 쾌적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간 ‘영상 작업은 AMD가 유리하다’고 알려진 것과 정 반대 결과다. 결국, 전반적인 PC 성능에서 사진 편집, 이미지 렌더링 작업만 빼면 인텔 11세대 H45 시리즈가 경쟁사의 라이젠 5000시리즈보다 우세한 셈이다.

3D마크 타임스파이 벤치마크에서 인텔 i9-11980HK의 CPU 점수가 경쟁사 제품보다 높게 나온다. / 최용석 기자
3D마크 타임스파이 벤치마크에서 인텔 i9-11980HK의 CPU 점수가 경쟁사 제품보다 높게 나온다. / 최용석 기자
게임 성능에서는 어떨까.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게임 성능을 확인 및 비교할 수 있는 ‘3D마크-타임스파이’ 항목으로 비교해봤다. 단순 그래픽 점수는 당연하게도 하이엔드급 모바일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RX 6800M’을 탑재한 AMD 노트북이 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3060’을 탑재한 인텔 노트북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반면, 게임에 미치는 CPU 성능을 확인하는 CPU 점수는 인텔 i9-11980HK의 인텔 노트북이 라이젠 9 5900HX의 AMD 노트북보다 더 높게 나왔다. GPU(그래픽카드)가 동급인 지포스 RTX 3070, 3080이었다면 좀 더 비슷한 조건에서 게임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단순 점수만 봤을 때 게임에서의 CPU 성능도 인텔 11세대가 좀 더 나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게임의 자체 벤치마크 결과. 역시 인텔 i9-11980HK가 CPU 관련 점수가 더 높게 나온다. / 최용석 기자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게임의 자체 벤치마크 결과. 역시 인텔 i9-11980HK가 CPU 관련 점수가 더 높게 나온다. / 최용석 기자
CPU 성능만 따로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인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그래픽 성능을 보여주는 평균 프레임(FPS)에서는 인텔 노트북이 85프레임, AMD 노트북이 104프레임으로 훨씬 높게 나왔지만, 자체 벤치마크의 CPU 게임, CPU 렌더링 등 CPU와 관련된 항목에서는 인텔 i9-11980HK가 라이젠 9 5900HX보다 좀 더 높게 나왔다.

비교 테스트가 아닌,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의 게임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풀HD 해상도와 ‘올 울트라’ 그래픽 옵션에서 실행한 고사양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노트북용 지포스 RTX 3060을 탑재한 상태서 평균 127프레임, 최소 107프레임, 최대 155프레임의 성능을 발휘한다.

적어도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지포스 RTX 3060 조합이면 고사양 최신 게임에서도 안정적인 화질과 퍼포먼스를 보장하는 셈이다. 물론, 지포스 RTX 3070, 3080을 탑재한 최상급 구성에서는 너 나은 성능도 기대해볼 만하다.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지포스 RTX 3060 조합이면 배틀그라운드 같은 고사양 게임에서도 안정적인 화질과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지포스 RTX 3060 조합이면 배틀그라운드 같은 고사양 게임에서도 안정적인 화질과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을 앞둔 6월로 접어들면서 이미 주요 PC 제조사와 브랜드들이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를 탑재한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을 하나둘씩 선보이고 있다.

비록 제한된 테스트에서의 결과이긴 하지만, 이전 10세대 프로세서 제품이 경쟁사의 공세에 위태위태하던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이번 11세대 H45 시리즈 프로세서는 충분히 경쟁사의 공세를 방어할 수 있는 제품으로 보인다.

올 여름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은 게임 및 영상 작업용으로 추천할 만 하다. / 최용석 기자
올 여름 인텔 11세대 H45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은 게임 및 영상 작업용으로 추천할 만 하다. / 최용석 기자
특히 이번 11세대 H45 프로세서가 게임에서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물론, 경쟁사가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던 ‘영상 편집’ 부문에서도 더 나은 모습을 보인 점이 고무적이다.

적어도, 이번 인텔 11세대 H45시리즈 프로세서와 이를 탑재한 노트북은 올여름 게이밍 노트북이나 영상 편집용 노트북을 찾는 이들에게 권장할 만한 제품임은 확실해 보인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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