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손 들어준 法…넷플릭스·구글 망 이용대가 지불 가시화

김평화 기자
입력 2021.06.26 06:00
망 이용대가를 두고 갈등을 빚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희비가 갈렸다. 1심 법원이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에 각하 및 기각 판결을 내리며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줬다.

통신 업계는 법원의 이번 판결이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넷플릭스뿐 아니라 구글 등 다른 글로벌 콘텐츠제공자(GCP)에 대한 망 이용대가 청구의 길을 열어줬다고 본다. 반면 이번 판결로 당장 실효성 있는 업계 변화가 이어지진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1심 판결이 내려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66호 법정 현판 / 김평화 기자
넷플릭스, 1심 판결서 SKB에 패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넷플릭스 한국 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원고)가 SK브로드밴드(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1심 선고를 내렸다. 판결 결과는 원고 패소다.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와의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넷플릭스 요청을 각하했다.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는 기각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내리는 판결이다. 기각은 소송 요건은 갖췄으나 내용이 충족하지 못했을 때 소송을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가 늘면서 덩달아 급증한 인터넷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에 따른 망 사용료를 넷플릭스에 요구했지만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자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협상 중재를 요청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이를 거부하며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판단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민사 소송이 진행됐다.

SKB "법원 판결 환영" vs. 넷플릭스 "해외서 망 이용대가 지급 안 해"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각각 공식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 주장과 달리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소송과 별개로 자신들의 입장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DB
넷플릭스 측은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넷플릭스는 세계 어느 ISP에도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망 이용대가는 지불하고 있지 않다"며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 전용회선을 비롯한 어떠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이는 오픈커넥트에 1조원을 투자했다"며 "넷플릭스가 개발한 오픈커넥트를 사용하면, (SK브로드밴드가) 국내로 전송되는 넷플릭스 관련 트래픽을 9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픈커넥트란 ISP 네트워크에 설치하는 캐시 서버(인터넷 사용자가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두는 서버)를 말한다. 캐시 서버를 활용해 인기 있는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두면 ISP의 트래픽 과부하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등과 같은 GCP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처리하려면 전용 회선을 설치가 필수이기에 자체적인 부담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또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로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함을 법적으로 확인했다는 설명도 더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SK브로드밴드는 앞으로도 인터넷망 고도화를 통해 국민과 국내외 CP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판결, 국내 ISP와 CGP 간 협상 테이블 물꼬 틀까

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GCP와 갈등을 빚는 국내 ISP 손을 들어준 사례로 평가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국내 CP가 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 등 일부 GCP는 이를 지불하지 않으며 역차별 문제가 있었다.

SK브로드밴드를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의 강신섭 변호사는 백프리핑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판결은 CP와 ISP의 역할과 책임을 구분한 첫 사법적 판단이기에 의미가 있다"며 "여러 GCP나 다른 ISP 업체들의 경우 (이번 판결을 사례로 삼아) 합의 내용을 달리할 수 있다 보니 판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로고 이미지 / 각 사
실제 통신 업계에선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지불 의무 방안이 가시화하면 또 다른 GCP인 구글에도 국내 ISP가 망 이용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구글은 2020년 4분기 기준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25.9%를 차지하며 트래픽 비율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CP와 달리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어 국내외 CP 간의 역차별 대표 사례로 꼽힌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뿐 아니라 다른 ISP와도 흥정 테이블에 올라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본다"며 "한 번 판례가 생기면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구글도 영향권 안에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을 계기로 GCP가 책임 있는 태도로 변화를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는 평가도 더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당장 업계 판도를 바꿀 실효성 있는 사례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통신 업계 관계자는 "1심 판결은 법원이 넷플릭스의 망 사용대가 지급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정도일 뿐 사업자 간 자율계약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며 "만약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한다고 한들 충분치 않은 금액만 제시한다면 SK브로드밴드가 이를 받아들이겠냐"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별로 넷플릭스와 이미 자체 계약을 진행하고 있기에 당장 이번 판결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며 "물론 향후 재계약 때 이번 판결 사례가 참고사항이 될 순 있다"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가 있는 SK 남산사옥 전경 / SK브로드밴드
SKB "넷플릭스 항소하면 우리도 소송 진행할 것"

SK브로드밴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망 사용대가 청구액은 밝힐 수 없지만, 넷플릭스에 할당되는 트래픽이 상당하기에 청구액 역시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다면 경영 판단이나 반소를 고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소는 민사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강 변호사는 "이번 소송이 좀 더 진행됐다면 반소를 하려고 했다"며 "만약 넷플릭스 측에서 이번 판결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간다면 그때는 반소 제기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측은 항소 여부는 미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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