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NFT, Non-Fungible Token) 마켓이 활기를 띠며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술 기업이 대거 시장에 참여하면서 고객 서비스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여기에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떠오른 점도 고무적이다. 메타버스 상에서 NFT의 효용가치가 주목받으면서 더욱 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블록체인 시장이 각국의 규제 강화로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NFT가 분위기 반전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 이미지. / 스카이피플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 이미지. / 스카이피플
시장 활황...가상현실에서 디지털 자산으로 가치 인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NFT 성장세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NFT란 특정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탈중앙화한 블록체인 형태로 발행해 보관하는 형식으로, 일종의 '디지털 진품 증명서'다.

시장분석 플랫폼 논펀지블 닷컴은 올해 1분기 NFT 시가총액이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억4000만달러(약 3900억원)의 6배 규모다. 올해 1월 100만달러(약 11억원)였던 하루 거래량은 2월에 무려 1000만달러(약 113억원)를 넘어섰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NFT를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시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제의 인물이 연달아 언급되면서 더 주목 받았다.

국내에서는 바둑기사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승리한 대국을 담은 NFT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시장에서 60이더리움(약 2억5000만원)에 판매됐다. 해외에서는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처음 작성한 트윗 NFT가 290만달러(약 33억원)에 낙찰된 사례가 가장 많이 회자된다.

주로 미술품 등 예술작품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이 가능한 다양한 콘텐츠가 NFT로 서비스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NFT 음원으로 발표되는가 하면 영화배우 윤여정씨의 미개봉작 ‘죽어도 좋은 경험:천사여 악녀가 되라’도 NFT로 판매될 예정이다. 미국의 역대 우주여행과 달 탐사 기록을 담은 기사 NFT도 나온다.

기술기업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와 게임자회사까지 마켓 시장 합류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NFT 거래소도 잇달아 등장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대형 게임사의 자회사까지 경쟁에 합류하면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개발사인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트리가 ‘NFT 마켓’을 오픈한 데 이어 NFT 경매 플랫폼인 ‘위믹스 옥션’을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주목을 끌었다. 옥션에서는 큐레이션된 NFT를 경매로 구매할 수 있고, NFT 마켓에서는 NFT를 판매자가 지정하는 가격으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위믹스 옥션을 통해 낙찰받은 NFT는 마켓에서 재판매가 가능하다. NFT 마켓에서는 게임에서 습득한 아이템을 거래할 수도 있다. 미르 4’ ‘열혈강호’ 등 향후 출시될 게임 역시 NFT 거래를 지원할 계획이다.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는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Klip)’에 다양한 디지털 작품을 전시하고 유통할 수 있는 서비스 ‘클립 드롭스’를 7월에 출시한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초청을 받은 작가들은 작품을 발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도 7월 20일에 NFT 거래 플랫폼인 '메타파이'를 선보인다. 이곳에서 메타디움 블록체인을 활용한 NFT 발행도 가능하다. 두나무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인 람다256도 플랫폼 출시를 알렸다. 이밖에 네이버 관계사 라인도 NFT 사업을 검토 중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코빗도 NFT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규제 리스크 해소 ‘한발짝’..."인식 전환 계기 될 것"

국내 NFT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다.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법 시행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혹한기에도 NFT가 크게 성장하면서 블록체인 시장에 온기가 전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가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에서 승소하면서 규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점도 희소식이다. 게임위는 그동안 NFT가 사행성 우려가 있다며 등급 분류를 보류해왔다. 개발사인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도 게임위로부터 등급 분류 거부 판정을 받으면서 출시 2개월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게임이 삭제되는 고초를 겪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스카이피플은 게임위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NFT를 경제활동 수단으로 삼는 메타버스가 게임 플랫폼을 중심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이번 법원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외 출시를 계획하고 있었던 만큼 국내 시장도 어느 정도 물길이 열리지 않겠냐는 기대가 나온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해외에서는 NFT 거래가 활성화돼있다. 국내에서만 역차별 받는 게 합당한 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게임아이템도 게임산업의 구성요소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제 강화로 블록체인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NFT가 이러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블록체인 시장은 실제 가치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NFT가 실물을 대체하는 실제 가치를 가지고 거래 과정의 범죄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안전한 거래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시장 활성화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