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인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들이 2021년 1학기 동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달라진 일상의 변화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IT 업계로 몰리는 취업준비생들 ▲새롭게 등장한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시선과 리뷰 ▲구독 서비스로 변화된 20대의 취미생활 등을 소재로 다뤘습니다.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술의 현재와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최대한 제출된 원본 그대로를 전달합니다. ‘대학생 리포트 ISSU 2021’은 총 8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취업문 막힌 문과 비전공자들…코딩만이 살 길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얼어붙은 취업 시장은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들에게 따뜻한 봄마저 춥게 느껴지게 하고 있다. 작년에는 아예 채용을 진행하지 않은 기업들도 많은 가운데, 문과 취준생들의 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기존에 전통적으로 문과 직무 채용이 많았던 금융권마저도 이공계열과 경력직 위주로 채용 방침이 변화함에 따라 학회, 인턴, 공모전과 같은 전통적인 취업 스펙과 더불어 ‘코딩 역량'이 문과 취준생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문과 구직자의 약 18.5%는 현재 취업을 위해 코딩을 공부한다고 답했다. 연세대학교 IT 경영전략학회 ISSU 내에서도 코딩 스터디의 인기가 매 학기 높아지는 등 문과생의 ‘코딩 스펙’은 명실상부 하나의 취업준비 트렌드가 됐다. 코딩 역량을 갖춘 마케터를 희망하는 이효정(가명) 씨와, 문과 출신 개발자가 되고 싶은 김정연(가명)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과 취준생들의 코딩 역량 강화 트렌드를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 ‘코딩 역량을 갖춘 마케터’가 되고 싶은 이효정 씨

이효정(가명) 씨는 코딩을 통한 데이터 분석으로 퍼포먼스 마케터 혹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꿈꾸는 대학교 3학년 학생이다. 창의기술경영이라는 전공을 선택하면서 경영과 데이터 사이언스를 함께 배우는 커리큘럼에 흥미를 느꼈고, 코딩 역량이 막연히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초 지식도 없이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대학에서 파이썬 기초 수업을 수강했으나 경영 직무에 코딩을 직접적으로 접목하는 부분에서 학교 수업의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이후 외부 프로젝트에 참가하며 여러 분석 방법에 대해 배웠고, 구글링을 통해 직접 코드를 짜면서 에러를 겪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스택 오버플로(stack overflow)를 통해 본인이 입력한 코드 중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알아보며 점차 파이썬이 편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씨는 "기초적인 수준의 개발 지식은 개발자와의 소통에 매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할 때 코딩에 대한 베이스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기획에 있어 허들이 적었다"며 문과생이 코딩 관련 스펙을 쌓는다면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개발자가 아닌 문과 계열 직무로 취직한다 해도 서비스 기획, 마케팅, HR 등을 막론하고 IT기업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정량적 근거로 의사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개발자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코딩 언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현재는 퍼포먼스 마케터, 프로덕트 매니저 등 정량적인 분석 능력이 필요한 직무를 희망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을 통해 지금보다 역량을 더 키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커리어를 추구하는 방향도 고려 중이라 한다.

코딩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다른 문과생들에게 팁을 주자면, 다양한 프로젝트나 대회 등에 참가해 문제를 직접 겪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답했다. 강의와 문제집 등으로 기초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실제 문제를 마주했을 때는 한없이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다고 한다.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지 않는 문과생이라면 실전을 경험해볼 기회가 비교적 적다. 다양한 프로젝트나 삼성 SCPC와 같은 공모전에 참가해 복잡한 문제를 직접 해결해본다면 우수한 실적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귀중한 경험치가 쌓일 것이라 답했다.

삼성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 삼성 SCPC 갈무리
삼성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 삼성 SCPC 갈무리
◇ ‘문과 출신 개발자’가 되고 싶은 김정연 씨

김정연(가명) 씨는 문과 출신 백엔드 개발자를 꿈꾸는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일본어과 4학년 학생이다. 일본어 전공을 2년 한 후, 3학년에 진학하면서 개발자 취업을 희망하고 컴퓨터과학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어과 전공생으로 개발자 취업을 목표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바늘구멍과 같은 취업난을 이겨내기 위해서, 또한 본인의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희망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기업이 문과 직무 채용 규모를 줄이는 상황에서 문과, 그것도 경영 전공이 아닌 인문계 대학생들이라면 모두 한 번씩 하는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수업으로는 30% 정도만 채워지는 것 같다.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느낀다"며 "학교 컴퓨터과학과 커리큘럼으로는 개발자로 취직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 유튜브 무료 강의와 책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주위의 문과 출신 복수전공생들도 유료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며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개인적으로 코딩 공부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아리, 공모전, 토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도 개발자 취업에 중요한 스펙이라고 언급했다.

전공자보다 개발에 관심있는 인맥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딩 관련 동아리에 입회해 마음 맞는 회원들과 공모전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개발자 ‘스펙’을 쌓은 후 게임 회사의 백엔드 개발자로 취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문과 출신 개발자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그는 "물론 더 힘들겠지만 아예 못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과 출신으로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코딩 역량을 통한 취업 뽀개기 ‘그 현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취업의 문이 점차 더 좁아졌다. 토익, 컴퓨터활용능력시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 기존의 스펙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진 만큼 너나 할 것 없이 코딩 실력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코딩 역량을 갖춘 마케터부터 개발자가 되기 위해 커리어 계획을 전면 수정한 문과생까지,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진 채 코딩 공부에 임한다.

한편 이는 많은 대학생들이 취직에 용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무작정 코딩 스펙 쌓기에 뛰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코딩 실력이 본인의 커리어에 어떠한 직접적인 도움을 줄지, 효용성은 있는지 깊이 있는 고민은 해보지 않은 채 공부를 시작하는 문과생들을 향해 유행을 좇아 코딩을 배운다는 비판적인 시선 또한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문과 비전공자가 단기간의 코딩 공부로 취업에 성공하기엔 녹록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것은 숙련된 개발자이기에 단순히 코딩 공부만 했다고 해서 취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수도 있다. 또한 문과 직무를 희망하는 취준생들이 기초적인 코딩 역량을 갖췄다고 해서 실제 업무에 활용될 수 있는 정도는 낮다는 부정적인 견해 또한 존재한다. 전공 공부와는 별도로 코딩을 독학해야 하는 문과생들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고급 기술과 1~2년 이상의 코딩 업무 경력을 갖추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인 듯 보인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이공계 채용 확대에 따라 취준생들의 코딩 공부 트렌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숨 막히는 취업 경쟁 속에서 본인만의 차별성을 키우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대학생들의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 이론만 학습하는 것이 아닌 심도 있는 코딩 공부가 이뤄져야 기업 입사 후 그 활용 가치가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문과 비전공자로서 단기간의 공부를 통해 개발자로 취업에 성공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에 더해 향후 커리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병행된다면 취업 시장에서 더욱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세대학교 언더우드학부 경제학과 한혜민·사회학과 허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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