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사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활용해, 경영진과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회사는 철저히 묵인했고, 방조했다. 인사 시스템은 붕괴했고 직원들의 지속적 문제 제기에도 가해 임원의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다. 재발 방지를 위한 출발로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계열사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고, 소수의 경영진들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왼쪽부터 김두나 직장갑질119 변호사,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임상혁 원진재단부설녹색병원 원장, 박현석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장,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이 ‘동료 사망 사건 최종 조사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IT조선
왼쪽부터 김두나 직장갑질119 변호사,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임상혁 원진재단부설녹색병원 원장, 박현석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장,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이 ‘동료 사망 사건 최종 조사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IT조선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28일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2층에서 ‘동료 사망 사건 최종 조사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임원들의 강압적인 언행과 업무 지시를 방조한 경영진의 무책임이 ‘업무상 재해'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또 회사에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네이버 노조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하고, 메일과 메신저 등 자료를 확보해 이 사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노조는 고인뿐 아니라 다수 직원이 임원들로부터 모욕적인 언행에 시달린 것을 확인했다. 노조는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 A 뿐 아니라 임원 B 또한 고인과 직원들에게 일상적 가스라이팅과 험담, 모욕적 언사를 지속한 것으로 파악했다.

노조는 "임원 B는 직원들에게 ‘하는 일에 비해 연봉이 높다’, ‘다른 사람은 이 정도 경력에 더 많은 일을 하는데 넌 그런 일도 못 한다’는 식으로 지속 험담해왔다. 특히 임원 B는 고인과 동료들의 초과근무에 대한 결재 상신을 불쾌해하면서, 주말에 근무를 했음에도 결재 승인을 내려주지 않아 초과 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빈번했다"고 전했다.

임원 A의 직원들을 향했던 모욕적 언행에 대한 증언도 추가 확보했다. 노조는 "임원 A는 회의 중 보드마카를 책상에 던지는 행위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사원증 목줄을 당겼다가 놓는 행동, 조직원과 동석한 조직장(리더)에게 ‘조직을 해체하겠다'는 협박을 해왔다"는 다수 증언을 확보했다. 임원들의 일상적 모욕 행위로 인해 다수 직원은 수 명 이상이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병원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서 수 명 이상이 휴직해야 했다.

경영진, 직원들의 문제 제기 철저히 묵인·방조

노조는 네이버 경영진은 이 같은 사안을 인지했지만, 문제를 철저히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강조했다. 2019년엔 직원들이 경영진이 참여한 "간담회나 경영진에 직접 찾아가 임원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2019년에 61명의 개발직 직원들과 임원들, 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 임원 A는 자신의 과거 부적절한 행위가 일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조직장들은 경영진 C와 면담을 통해서 임원 A의 문제점을 언급했고 이로인한 업무상 괴로움을 토로했지만, C는 생각해보겠다면서 회의를 종료했다. 그러나 2주 후 조직 개편에서 임원 A는 총괄 조직장으로 승진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부하직원이 상급자를 평가하는 ‘상향 평가'를 통해서도 임원 A의 업무에 대해 ‘부정적’ 응답을 하면서 회사에 문제를 알렸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임원들의 권력은 한층 더 강해졌다.

노조는 "네이버는 조직장에 대한 평가는 사내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단 한 건이라도 부정 평가가 나오면 이에 대해 상위조직장과 대표까지 내용을 검토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임원 A와 B에 대한 부정 평가가 다수 발생했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향한 권력 집중은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사내신고 채널 또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2021년 초 임원 B의 조직원은 B를 사내 신고채널로 신고했다. 신고 사유는 직장내 괴롭힘이었고, 이후 회사는 사내에 마련된 절차에 따라 외부 노무 법인을 고용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신고자는 본인이 겪은 일에 대한 답변이 최종 작성된 외부 노무법인 조사 결과 보고서에 온전히 반영되어 있지 않고, 문제점이 축소됐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신고자는 신고 후 대기발령 조직으로 이동했고 이후 퇴사했다. 신고자 퇴사 이후 해당 신고에 대해서 문제없음으로 조치됐다. 네이버의 내부 견제, 인사 시스템은 완전히 붕괴한 상태다"고 강조했다.

최인혁 COO 및 임원 B씨 해임 요구

이에 따라 노조는 재발 방지를 위해 최인혁 COO를 모든 계열사 대표직에서 해임시키고, 또 다른 가해 임원B에 대한 해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 노조는 인적 책임 외에도 "경영진의 권력을 직원들이 견제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재발 방지 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기구 노사 동수 구성, 조직장에게 과도하게 몰린 권한 축소, 좋은 리더십을 만드는 노사 공동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됐다. 특히 노조는 소수의 C 레벨 경영진이 네이버 전 계열사의 의사결정을 장악하는 권력 집중을 해소할 것도 요구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