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이 잇단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크래프톤에 공모가 재산정을 요구하면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본격화된데다가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금융감독원, 몸 값 재산정·산정 근거 요구

28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감원은 6월 25일 크래프톤의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 공모가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크래프톤이 책정한 공모가가 과도하게 높아 가격을 다시 산정하거나 기업가치를 증명할 만한 추가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금감원은 공시에서 "증권신고서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경우 또는 그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실제 업계에는 크래프톤 공모가 산정 결과를 두고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의 문제 제기가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는 대목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희망공모가 45만8000원~55만7000원을 제시했다. 총 공모주식수는 1006만230주로 공모 자금만 무려 5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약 36조원이다. 이는 엔씨소프트 19조원, 넷마블 11조원보다 2배에서 3배쯤 높은 수준이다.

공모가는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과 같은 미국 공룡 콘텐츠 기업을 비교대상으로 삼은 결과다. 이들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산정 기초가 됐는데 크래프톤 PER은 45.2배로 책정됐다. 넥슨의 PER 12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이들과 사업구조가 다른데도 비교 기업에 포함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배틀 그라운드의 ‘원게임 리스크’도 거품 논란을 부추겼다. 관련 실적이 감소하는 데다 리스크 해소 방안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채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했다는 평가다.

‘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열악한 근로 환경 재조명

최근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논란도 IPO 흥행 걸림돌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직원 일부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사내 인사팀에 신고한 데 이어 일부 직원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신고를 접수했다.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A 유닛장은 야근을 요구하고 반일 휴가 사용을 금지했다. B 팀장은 윗선과 친분을 과시하며 억압을 행사했다. 게다가 지난 4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한 직원에게 1평짜리 전화부스로 출근할 것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또 그곳에서 업무와 식사를 해결하라고 강요했다는 내용으로 크래프톤의 업무 환경이 게임업계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배그 신화’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크래프톤이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임직원을 지나치게 혹사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잦은 야근과 높은 업무 강도 등으로 일하기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9년 이와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가 두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아직 별다른 개선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크래프톤의 과도한 업무량은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올해 1분기 크래프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2년이다. 넥슨 5.7년, 엔씨소프트 5.5년, 넷마블 4.4년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웹젠(5.5년) ,컴투스(3.8년), 게임빌(3.5년), 위메이드(2.9년), 펄어비스(2.4년) 등과도 차이가 크다. 기업규모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열악하다는 얘기다.

증권업계는 크래프톤이 잇단 악재로 공모가를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 몸 값 35조원이 적정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내주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일반투자자 청약 일정은 다음달 14일~15일에서 같은 달 21일~22일로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