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MZ세대 공략에 여념이 없다. 미래 핵심 기반인 이들 세대를 핀테크에 모두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MZ세대는 하나의 앱으로 주요 금융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핀테크의 혁신 기술에 열광한다. 이에 전통금융권은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핀테크와 경쟁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분주하다. 신기술인 메타버스에 투자하고 조직 내부의 젊은 세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이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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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등 전통 금융권을 중심으로 MZ세대 공략을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영진은 혁신적인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MZ세대 직원 의견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메타버스 활용 움직임 활발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이라는 뜻의 ‘메타’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 합성어다. 가상세계와 현실이 뒤섞여 시공간 제약이 사라진 세상을 의미한다. BTS 뮤직비디오가 최초 공개된 포트나이트, 앱스토어 게임 매출 1위에 오른 로블록스 등은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전통 금융권은 2030년 1700조원 규모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해 전통 금융기업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MZ세대에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직 내부에서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메타버스의 저자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를 직접 만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금융서비스 개발 방안을 모색하고 학계와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해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임 사장은 김상균 교수가 속한 강원대와 업무협약을 맺어 이같은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메타버스와 설명가능한 인공지능(XAI)을 통해 본 미래 금융’을 주제로 세미나를 직접 진행했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을 이해하고 금융권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디지털 연구개발센터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권 행장은 이 자리에서 "디지털 혁신은 농협은행 미래가 달린 생존과제다"라며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육성을 통해 고객중심 플랫폼을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그룹경영현안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 DGB금융그룹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그룹경영현안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 DGB금융그룹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5명과 가상세계인 제페토에서 경영현안회의를 진행했다. 김 회장과 계열사 대표들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아바타를 만들어 DGB금융지주 전용 맵에 구현한 가상회의장에 접속해 의견을 나눴다. 김 회장이 이같은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은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다.

김태오 회장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인 메타버스에 그룹사 직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활용을 확대하고 메타버스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팀·프로야구팀 성적 반영한 적금 상품 출시

시중은행은 온라인 게임과 프로야구 관련 상품도 출시했다. MZ세대의 흥미를 유발해 자사 서비스로 유입시키려는 의도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 LCK 적금'을 출시했다. 젊은 층에서 압도적으로 인기를 끄는 프로 e스포츠 경기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콘텐츠와 연계해 최고 2.0%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LCK 10개 구단 중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을 직접 선택해 가입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선택한 응원구단 성적에 따라 최대 0.7%포인트, 가입고객 수에 따라 최대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해당 적금은 출시 일주일 만에 약 3300좌(20억원)가 판매됐으며, 28일 현재는 약 5500좌가 판매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응원하는 구단 성적에 따라 이율이 달라지다 보니 MZ세대가 큰 흥미를 보였다. 이들 세대의 가입 비중이 80% 이상에 달한다"며 "보통의 적금 상품이 출시 후 첫 주 1400~1800좌 정도가 판매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인기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MZ세대 공략을 위해 프로야구를 택했다. 이 은행은 ‘2021 신한 프로야구 적금’ 상품을 출시해 우대금리 1.4%를 포함해 최고 연 2.4%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선택하는 구단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가 좌우되는 옵션을 적용했다. 그결과 28일 기준 총 7만1993좌(148억원)가 판매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0대를 중심으로 프로야구 인기가 상승하면서 기존 프로야구 적금에 MZ세대의 흥미를 유발할 요소를 더한 상품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상품 기획 의도대로 젊은 고객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