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향후 5년간 30조원을 투자해 기업 포트폴리오를 탄소 중심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급속히 성장한 친환경 배터리 사업을 확대해 그룹의 중심축으로 삼고, 탄소 사업 리스크를 고려해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 등에 투자한다. 사업 체질을 바꾸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 참석해 발표를 진행중인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 참석해 발표를 진행중인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 SK이노베이션
1일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를 통해 기업 내 사업의 중심축을 탄소 중심에서 친환경 분야로 완전히 옮기는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을 발표했다. 글로벌 친환경 산업 핵심인 배터리 사업 ‘1테라와트 +α’ 수주 역량에 기반해 그린 사업을 새 성장축으로 미래 전략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에 밝힌 핵심전략은 3가지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분리막,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 ▲온실가스 배출 0(제로)인 넷 제로(Net Zero) 조기 달성 등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는 ‘1테라와트 +α’ 에 달한다. 1테라와트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던 2017년 5월 당시의 60GWh 보다 17배 늘어난 것이다. 한화로 환산시 130조원 이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수주 잔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 SK 배터리 사업 지동섭 대표는 "내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40GWh 수준에서 2023년 85GWh, 25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EBITDA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까지 각각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 사업 자회사 상장 성공을 계기로, 현재 14억㎡인 LiBS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로 키운다. 전기차 산업의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2025년에는 현재의 3배인 40억㎡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준 사장은 "2021년 기준 3000억원 수준인 분리막 사업의 EBITDA를 2025년 1조4000억원까지 키워 이 사업에서만 ‘조원 단위 EBITDA’ 시대를 만들어 그린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육성해 갈 것이다"고 말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배터리에서 배터리를 캔다’는 목표 아래 그간 축적된 정유공장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수산화 리튬 회수 기술을 자체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이를 활용하면 최초 리튬 채굴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까지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중 시험생산을 시작해 2024년 국내외에서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이 사업에서만 약 3000억원의 EBITDA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외에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라잉 카·로봇 등으로 배터리 적용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사업도 개발해 집중 육성키로 했다. 배터리 생애주기를 연구해 배터리 생애주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BaaS 플랫폼 사업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온실가스 ‘넷 제로(Net Zero)’를 2050년 이전에 달성한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넷 제로 로드맵으로 세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된 탈 탄소 전략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아시아 기업 최초로 Scope 1,2,3 배출량을 모두 포함한 감축 목표의 구체적 제시 ▲파리기후협약의 1.5도 온도상승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감축해 SK이노베이션 계열 전체적으로 2050년 이전에 Net Zero를 달성, 배터리와 LiBS 사업의 경우 2035년 조기 달성을 추진 ▲단순한 석유화학사업의 매각 방식이 아닌 실질적인 친환경 투자를 통한 Net Zero 달성을 지향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위해 친환경 중심 공정개선과 저탄소 제품 전환·탄소 포집 등 감축 기술 개발을 강력히 실행해 나간다.

김종훈 이사회 의장은 "Net Zero 추진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CEO의 평가 및 보상과 직접 연계하기로 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