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을 통한 가입자 쟁탈전은 이동통신 3사(MNO)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최근 가입자 쟁탈전은 알뜰폰에서도 활발히 펼쳐진다. 값싼 신상품을 출시한 것도 이유지만, 알뜰폰 업체가 출혈 경쟁을 펼친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알뜰폰 사업자는 주파수를 보유한 이통 3사로부터 도매로 망을 빌린 후 자체 브랜드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이통사가 3년 기한으로 도매대가를 제시하면 이를 알뜰폰 사업자가 부담하는 식이다.

스마트폰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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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뜰폰 내에서의 번호이동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에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이용자가 가격이 저렴한 요금제를 쓰기 위해 알뜰폰으로 가입 이통사를 옮기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제는 알뜰폰 업계 안에서의 가입자 이동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KTOA 자료에 따르면, 6월 알뜰폰 업계에서 발생한 번호이동 수는 6만6028건이다. 전월(6만358건) 대비 5670건 늘어 9.4%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준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긴 번호이동 증감율에서 보인 SK텔레콤(-5.1%), KT(1.3%), LG유플러스(-1.6%) 수치보다 높다.

알뜰폰 업계 번호이동 수는 2020년 12월까지만 해도 4만4261건에 머물렀다. 그러다 올해 1월 한 달만에 5만2167건으로 뛰며 급증했다. 3월에도 두 달만에 1만여건이 오른 6만4327건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알뜰폰 업계는 알뜰폰 업체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같은 지표가 나타난다고 해석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소비자가 알뜰폰에 가입하는 비중이 늘면서 업체끼리 고객을 유치하고자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경쟁이 심하다"며 "알뜰폰 요금제는 이통사와 달리 별도 약정이 없고 유심만 변경하면 돼 타 업체 요금제로 옮기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자 5~6월 번호이동 현황 통계표.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긴 비중보다 알뜰폰 업계 안에서의 번호이동 수가 두드러진다. / KTOA 갈무리
알뜰폰 사업자 5~6월 번호이동 현황 통계표.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긴 비중보다 알뜰폰 업계 안에서의 번호이동 수가 두드러진다. / KTOA 갈무리
실제 업계에선 월 과금 100원 차이로도 알뜰폰 요금제를 변경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애초에 저렴한 가격 때문에 알뜰폰 요금제를 택한 소비자가 많다 보니 가격 민감도가 큰 시장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업체 간 요금제, 프로모션 따라잡기 현상도 빈번하다. 일례로 4월 유플러스(U+)알뜰모바일이 월 5000원 상당의 제휴처 쿠폰을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이자 SK텔링크도 같은달 유사 방식으로 쿠폰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후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도 각각 쿠폰 요금제를 내놨다.

알뜰폰 업계는 향후에도 이같은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알뜰폰에 가입하려는 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라며 "다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업체 별로 수익이 남지 않는 등 출혈 경쟁이 생길 수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