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류업계 술 전쟁터가 수제맥주에서 막걸리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편의점 수제맥주 붐을 이끈 ‘곰표'가 막걸리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등 주류업계 브랜드 협업이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표문막걸리 / 한강주조
표문막걸리 / 한강주조
최근 서울 한강주조는 ‘곰표' 브랜드를 보유한 대한제분과 손잡고 ‘표문막걸리'를 선보였다. ‘표문'을 거꾸로 뒤집으면 ‘곰표'로 읽힌다. 팔도비빔면 한정판에 ‘네넴띤'이란 이름이 붙은 것처럼 MZ세대(1981~2010년생)가 선호하는 언어유희를 활용해 만든 상표명이다.

표문막걸리는 이름만 곰표와 협업한 것이 아닌 화학적인 협업을 더해 젊은세대 시선을 끌었다. 생막걸리는 보통 ‘쌀'을 원료로 하지만 표문막걸리는 곰표 대한제분과 손을 잡은만큼 밀가루를 사용해 술을 만들었다.

곰표 표문막걸리는 첫 등장부터 요란했다. 4월 네이버를 쇼핑라이브에서는 방송 시작 2분만에 준비된 200세트가 완판됐다. 마치 CU 편의점서 곰표 수제맥주가 스테디셀러 상품인 카스와 테라를 제치고 4월말 매출 기준 맥주 1위를 차지한 것처럼 MZ세대를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린 셈이다.

곰표가 수제맥주를 넘어 막걸리 시장에 진입하자 편의점을 중심으로 앞다퉈 경쟁상품이 쏟아졌다. 편의점 CU는 ‘테스형’(나훈아) 막걸리에 이어, 5월 ‘말표막걸리'를 내놓았다. CU에 따르면 말표막걸리는 출시 2주간 5만병이 팔려나갔다.

주류업계는 막걸리에서도 브랜드 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곰표와 말표막걸리가 나온 상황에서 MZ세대 겨냥 브랜드 융합 막걸리 상품 등장은 시간문제라고 본다"며 "유통업계 협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수제맥주처럼 막걸리에서도 다양한 브랜드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테스형 막걸리, 말표막걸리 / BGF
테스형 막걸리, 말표막걸리 / BGF
주류업계에 따르면 MZ세대 겨냥 막걸리는 브랜드 협업뿐만 아니라, 한정판 등 관련 상품 제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느린마을막걸리 전용잔 ‘온앤오프잔’의 크라우드 펀딩을 옥션을 통해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MZ세대를 겨냥해 기획된 온앤오프잔은 온도에 따라 잔에 프린트된 그림의 색이 변하는 변온잔이다. 잔의 겉면에는 봄·여름·가을·겨울 특징을 담은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주류업계는 MZ세대를 겨냥해 막걸리 디자인에도 힘을 쏙고 있다.

경북 문경 두술도가의 경우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를 고소했대’ 등으로 유명한 동화 작가 전미화 씨에게 희양산 막걸리 라벨 디자인을 일임했다.

경기 고양 행주산성주가는 고양이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힌 ‘냥이탁주'로 MZ세대 시선을 끌어 당겼다. 냥이탁주는 고양시 마스코트 ‘고양고양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는 설명이다.

전통주에 속하는 막걸리는 온라인 판매 등 규제 완화 여파와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평가 받으면서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 3500억원대에서 2020년 5000억원대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주류업계는 at집계가 출고가 기준이기 때문에 음식점 등 유통마진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1조원 규모에 육박한다고 설명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