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경기도 포천시까지 이어지는 왕복 시승코스를 따라 2시간 30분쯤 기아 더 뉴 K9을 시승했다. 더 뉴 K9은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 라인업의 2세대 모델의 페이스 리프트(외관 개조를 통해 새로운 차량처럼 보이게 만드는 형태) 차량이다. 단순히 페이스리프트 라고 부르기엔 아쉬울 정도로 디자인부터 내부 등이 확 바뀌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 등 다양한 주행보조·인포테인먼트 기능이 탑재됐으며, 전면과 후면 디자인에서 이전 모델과 차별화가 이뤄졌다. 엔진 변경도 있었다. 기존에 쓰던 5.0L 엔진을 과감히 빼고 대신 V6 3.3L 터보 엔진과 3.8L 자연흡기 엔진은 유지했다.
3.3L 터보 가솔린 엔진은 3.8L 자연흡기 엔진보다 주행의 맛을 살릴 수 있도록 고안된 엔진이다. 자연흡기 엔진의 경우 부드러운 응답성 등으로 정숙성 등에서 장점이 있지만, 터보 가솔린 엔진은 적은 배기량으로도 더 높은 출력을 선보이는 차별성이 있다.
3.3L 터보 가솔린 차량의 정숙성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3.8L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한 차량의 정숙성은 어떤 수준으로 구현됐을 지 기대가 된다. 과거 시승했던 기아 K8에서 받았던 정숙성도 인상이 깊었는데, 기아에서 최근 출시한 신규 세단 모두 기대 이상의 정숙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엑셀을 자주 밟아도 빠르게 반응하는 엔진은 감속 이후 재가속 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 실력을 보였다. 주행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더 뉴 K9이 2000㎏내외의 공차중량을 지닌 팰리세이드급의 중량감을 보유한 대형세단임을 상기시키지 못할 정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주행감이 더 극대화된다. 추월을 위해 순간적으로 가속을 끌어올릴 시 등뒤로 스포츠 세단 같은 느낌의 타격감이 느껴진다.
코너링의 경우 앞뒤가 긴 대형세단의 특성상 한계가 있다. 단일 코너에서 빠져나오는 능력은 좋지만, 연속된 코너를 만났을 시 후면부의 반응이 뒤떨어진다. 대신 단단한 서스펜션과 잘 맞춰진 차체가 균형을 잡아줘 흔들림을 최소화한 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한다.
후면부의 경우 좌우 수평으로 연결되는 테일 램프가 정교한 느낌을 준다. 일부 운전자로부터 ‘생선뼈 같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V자 형태 패턴 디자인은 어색한 느낌이 없다. 오히려 더 뉴 K9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후면부와 잘 어울린다. 다만 좌우 테일램프의 볼륨감이 조금 크다보니 보는 위치에 따라 후면부 전체 디자인 대비 튀어나온 느낌을 준다. 볼륨감을 조금 줄여 통일감을 향상시켰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세계 최초로 탑재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이 가져다주는 주행 편리성은 기대 이상이다.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은 드라이브 모드를 ‘스마트’로 설정하고 변속기어가 D단일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오프(OFF)로 설정했을 때 작동시킬 수 있다. 내리막길 타력 주행과 전방 과속카메라·과속 방지턱 감지 시 자동 엔진 브레이크가 부드럽게 걸리면서 운전의 피로감을 줄여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