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개인과 기업 고객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퀵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업 고객 중심으로 형성된 퀵 시장에 개인 고객까지 끌어들여 시장을 확대하고, 가격 정산 근거와 배송 시간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장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지역 퀵 업체·퀵 배송 기사·프로그램 솔루션 제공 업체 등 기존 퀵 업계의 고심도 깊어진다. 카카오모빌리티 진출로 자신들이 일궈놓은 시장은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화면 갈무리
/카카오모빌리티 화면 갈무리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30일 ‘카카오 퀵'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업 고객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퀵서비스와 차이점으로 배송 가격 투명화를 내세웠다. 또 오토바이뿐 아니라 도보, 자전거, 킥보드 등 다양한 배송 수단 선택권을 제공키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퀵의 의미가 빠른 배달이긴 하지만 소비자마다 원하는 배송 속도가 다르고, 당장 빠른 배달까지는 필요 없는 수요 등을 고려해 다양한 배송 선택지를 구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5초 만에 접수 가능, 도착 시간 예측 가능, 정확한 가격, 투명한 비용 관리 등도 강조한다. 배송속도와 서비스를 세분화해 요금체계도 달리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존 퀵 서비스는 퀵 기사가 언제쯤 내 물건을 가져가고 언제쯤 도착할 수 있는지를 알기 어려웠다"며 "카카오 퀵 서비스는 이를 소비자가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 배송 예측 가능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술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기존 퀵 시장은 3000개쯤에 달하는 지역 퀵 사업자가 퀵 기사와 계약해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퀵 업체는 배송과 주문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술 프로그램을 솔루션을 프로그램 업체로부터 구매해 이용한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퀵 사업체와 프로그램업체가 별도로 수행해온 역할을 통합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압도적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퀵 기사 도착 예상 시간, 다양한 배송 선택 수단 제공, 정확한 가격 제공 등 서비스들을 제공할 수 있다.

퀵기사·퀵사업체·프로그램제공업체 "생태계 파괴 우려"

카카오 플랫폼의 위력은 퀵 업계가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이유다. 기술 플랫폼 기업의 본격 진출로 서비스 경쟁력 차이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데다가 영세했던 생태계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송 기사 입장에서는 배송 단가 하락을 우려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인'까지 배송 기사로 모집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공급이 비대하게 늘면서 이미 최저선으로 형성된 배송 단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 설명에 따르면 5월 초 모집한 1만명 배송 기사 가운데 절반쯤이 전문 기사가 아닌 일반인이다. 특히 일반인도 쉽게 배송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퀵 기사의 설자리도 좁아질 수 있다고 토로한다.

퀵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형성된 배송 단가는 7000원에서 1만원 선으로 거의 최저 수준이다"라며 "이는 20년 전 가격이 오르지 않은 상태로, 일반인 기사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배송기사 사이에서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해 온 사업자와 이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해온 솔루션 기업도 불편하기만 하다. 퀵 사업자 사이에서는 거대 대기업이 영세한 시장에 진출하면서 배송기사를 모두 흡수해 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더 많은 퀵 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기사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기사를 모두 휠 쓸어가면서까지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 안정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퀵 사업체에 프로그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관계자 또한 "영세했던 산업에 대기업이 진출해서 시장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B2B 서비스 중심으로 형성됐던 퀵 시장을 B2C 서비스 확장 계기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퀵서비스 시장은 기업고객이 대다수인 산업이었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개인 소비자가 쉽게 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창출했다는 점에 주목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배송 기사들의 단가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시장에 형성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책정된 근거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