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고객이 기업 알고리즘 작동 원리를 요구하면 이를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초당적 법안이 발의됐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과 금융기업 등이 법안의 ‘사정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에 인터넷 업계는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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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알고리즘 투명화법'(정보통신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누구든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에 알고리즘 검색, 배열 원리의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갖도록 하는 게 골자다.

법안은 기업이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설명을 거부하면 그 적절성을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가 심의하도록 했다. 위원회가 심의 결과 개인의 ‘설명 요구'가 합당하다고 판단하면, 기업이나 조직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이를 거부하면 매출액 기준 4%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서비스 이용자에게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가 알고리즘을 조사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 외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경우, 발생할 우려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했다.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에서 ‘설명 요구'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도, 시민은 ‘알고리즘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 추가적 해결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안 대비 사정 범위 넓어

해당 법안은 최근 잇따른 ‘온라인 플랫폼' 규제 안보다 법안 사정 범위가 넓다. 국회에서는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공정화법(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이들 법안은 세부 내용이 다르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이 중에는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 콘텐츠 등의 노출 방식·순서를 결정하는 기준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알고리즘 투명화법'은 법안의 사정 범위가 더욱 넓다. 영리 목적으로 알고리즘을 운영하는 모든 조직을 겨냥했다. 때문에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도 해당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류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전력과 같이 수익을 내는 공기업에도 적용 할 수 있다"며 "알고리즘을 영리활동에 사용하는 조직이라면 모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스타트업이나 포털 뉴스 서비스는 법안 사정권에 들지 않을 전망이다. 류 의원실은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은 시민의 ‘설명 요구'에 전념할 수 있는 부서 마련조차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포털 뉴스 서비스는 포털이 뉴스 큐레이션이나 검색을 서비스하는 행위가 공익적 활동인지, 아니면 기업 영리활동인지에 대한 선행 합의가 이뤄져야만 법안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인터넷 업계 "지나친 규제" 한 목소리

해당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에 인터넷 업계는 지나친 규제라는 입장이다. 우선 법안이 겨냥하는 기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한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업과 서비스는 알고리즘이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에 한정한 것도 아니고 알고리즘을 이용해 서비스하는 모든 조직을 규제하려는 시도로 보여 이는 지나친 과잉입법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설명책임은 결과적으로 노출순위를 결정하는 변수나 기준을 일부 공개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 기업의 영업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설명책임은 결국 사업자가 공개적으로 자사의 큐레이션 기준 등을 일부 공개하라는 요구다. 이는 영업비밀 일부를 노출하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