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싶은데…"
얼마전 지인에게 모 커뮤니티에 게시된 웃픈 이야기를 들었다. 제법 규모있는 회사에 입사한 한 백엔드 개발자의 이야기다. 입사 한지 두달쯤 됐는데 디자인팀에서 아이콘 등을 만들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사수에게 이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결과는 대반전이다.

같은 날 입사한 두 명의 입사자가 부서가 바뀐 것. 디자이너는 개발팀에, 개발자는 디자인팀에 발령받아 말 못할 고초를 겪었다는 얘기다. 믿지 못할 상황이지만, 제 자리로 돌아가기까지 개발팀에서 코딩을 해야 했던 디자이너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하다.

최근 10줄 서평으로 소개한 ‘비전공자를 위한 첫 코딩 챌린지'를 쓴 저자 임효성 씨는 코딩 공부 덕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코딩 챌린지 영상은 조회수 50만을 기록했고 덕분에 책도 냈다. 코딩에 ㅋ도 모르던 디자이너였던 그는 30일 코딩 도전기를 달성하고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딩 공부가 미래에 어떤 긍정적인 파도를 불러일으켜줄지를 생각한 좋은 사례다.

개발자로 취업을 목표하는 취업 준비생이 많다고 한다. 비전공자의 개발자 도전기도 심심찮다. 비단 개발자로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IT업계 취업에 코딩 스펙이 도움이 된다고 입사자들은 조언한다.

실제로 취업을 고민하는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연세대 IT경영학회 소속 학생들과 1학기 동안 코딩과 IT업계 취업을 키워드로 조사연구를 진행했다.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IT업계에 취업한 그들의 선배들을 인터뷰했다.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코딩 공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현업에서 필요한 코딩 공부를 제대로 준비하는지, 그 길잡이가 부족하다는 것에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으로는 갈증을 채울 수 없다고 한다. 사교육에 내몰린다. 무료 동영상 콘텐츠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하고, 실전 경험을 쌓으라는 조언에 각종 경연대회도 관심을 가져본다. 정보를 나눌 수 있는 학회, 동아리에도 문을 두드린다.

학생들도 알고 있다. 실제로 코딩 실력이 커리어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지, 효용성은 있는지 깊이 있는 고민 없이 공부를 시작하는 문과생이라는 질타와 유행을 좇아 코딩을 배운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도 안다. 기업이 요구하는 것은 숙련된 개발자이기에 단순히 코딩 공부를 했다고 취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전공 공부와는 별도로 코딩을 독학해야 하는 문과생들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고급 기술과 1~2년 이상의 코딩 업무 경력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조사 연구에 나선 학생들조차 취업을 위한 취업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관심을 기업 활동에서 실현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갖자고 호소한다. 비단 개발을 위한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기술 요소를 현업에 적용하고 활용하기 위해 컴퓨팅 사고력이 요구되어지고 있다.

정부 기관, 협회나 단체, 학교 등 많은 곳에서 개발자 인력 양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식은 왕왕 접한다. 그러나 여전히 목마름을 호소한다. 취업을 위한 취업 때문에 코딩 스펙 쌓기에 내몰리는 현실도 안타깝다. 지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모두가 한 번쯤 점검하고 개선점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이윤정 디지털문화부장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