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운영 시스템 자체가 ‘직장 내 괴롭힘’이다."

네이버 손자회사인 컴파트너스의 전·현직 직원들이 깊은 한숨과 함께 토로한 말이다. 컴파트너스는 네이버쇼핑, 네이버페이, 스마트스토어의 입점부터 퇴점까지 판매자 관련 운영업무를 수행한다. 전·현직 직원들은 코로나 19를 계기로 네이버쇼핑이 성장 가도를 달릴수록, 업무량도 함께 증가했으며 실적 압박도 비례해 늘어났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그 압박의 방식이 상당히 비인간적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예로 재택근무를 꼽는다. 회사는 방역 조치 일환으로 도입한 재택근무제를 ‘상벌제’처럼 활용했다. 매달 부서별 하위 평가자를 선정해 출근을 강제했다. 저성과자의 징벌수단이 된 셈이다.

2019년도에는 ‘컴파트너스 생활 가이드' 규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4회 연속 인사 평가 성적이 낮으면 과장 직급도 사원으로 강등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기업에선 발견할 수 없는 이례적 조치다.

보상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근속연수 10년에 달한 직원도 기본급은 3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높은 업무 강도와 실적 압박에 비례하지 않는 수준이다. 직원 사이에서 왜 "회사 운영 시스템 자체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자조적 분노가 나왔는지, 그 무거운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컴파트너스가 별도 법인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책임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우선 인사권 최종책임자라고도 할 수 있는 과거 주요 사내이사는 네이버와 그 계열사 출신이다.

컴파트너스 모회사인 네이버아이앤에스 사내이사는 박상진 현 네이버 CFO다. 그는 컴파트너스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사내이사로 일했다. 최근 네이버 본사 직원의 극단적 선택의 책임이 있는 경영진으로 지목된 최인혁 네이버 COO 역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컴파트너스 사내이사로 있었다.

또 현재의 김윤호 대표는 네이버 본사 출신, 김성필 대표는 네이버 계열사 출신이다. 컴파트너스 직원 사이에서는 현재 재직중인 컴파트너스의 김윤호, 김성필 공동대표 또한 "네이버 출신으로, 이곳에서 왕노릇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컴파트너스 업무의 상당 부분이 네이버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도 선을 긋는 네이버의 발언에 동의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컴파트너스 업무의 상당 부분은 네이버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쇼핑, 스마트스토어 업무를 뒷받침하는 데서 발생한다. 실제로 감사보고서를 보면 컴파트너스 매출 대부분은 네이버와 계열사가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2020년 비대면, 코로나19 ‘수혜'를 듬뿍 누리면서 대폭 성장했다. 2020년 1분기 2300억원쯤이던 커머스 매출은 1년만에 3243억원쯤으로 늘어났다. 네이버는 감사보고서에서 회사의 커머스 강점을 스스로 '톡톡(판매자와 소비자간 메신저 서비스)', '네이버페이(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 서비스)' 등의 결합을 꼽는다. 그런 톡톡 업무 최후방에는 컴파트너스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이 판매자, 법인 고객들이 스마트스토어와 네이버페이 등을 이용하면서 부딪히는 문제 등을 상담해주는 업무를 진행하면서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을 뒷받침했다.

한국 사회에서 업무 쏠림이나, 과중한 업무 집중 등 문제는 흔한 이야기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상벌제 성격으로 운영하거나, 잦은 실적 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로 평가받은 직원의 직위를 떨어뜨리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은 이야기다. 네이버가 정말 별도 법인으로서 컴파트너스의 문제를 몰랐을까?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정말 몰랐었다면, 이제라도 나서야 한다. 비인간적 평가와 압박 시스템 일부는 걷어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IT서비스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